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가 중동지역 최대 뉴스 매체인 알자지라 방송을 자국에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열린 전시내각 회의에서 알자지라를 폐쇄하고 자국에서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자지라 방송의 영어와 아랍어 채널은 이스라엘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이 중단될 예정이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이번 결정이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당국은 알자지라 사무실을 폐쇄하고, 수십 명의 언론인과 직원에 대한 허가 취소와 방송 장비를 압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카타르의 자금 지원을 받는 알자지라 방송을 '하마스의 대변자'라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비난해왔다. 앞서 지난달 이스라엘 의회는 안보 위험으로 간주되는 해외 언론매체를 자국 내에서 폐쇄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알자지라 방송 폐쇄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알자지라 기자들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해치고 방위군을 선동했다"며 "이제 우리나라에서 하마스의 대변자를 몰아냐야 할 때"라고 입장을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에 대해 "기만적이고 중상모략적인 조치"라며 반발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성명서를 통해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는 인권과 정보 접근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은폐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는 언론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억압하는 것은 국제법과 인도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서 중재자로 참여 중인 카타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카타르 총리는 "지난달 걸프 국가가 분쟁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편협한 이해관계를 가진 정치인들에 의해 훼손되고 악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전쟁 휴전 협상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요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항복을 의미한다. 모든 목표가 달성 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포로 33명을 석방하고 전쟁을 6주간 중단하는 안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 명을 석방하고, 난민들을 가자 북부로 복귀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