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민정수석실을 되살린 이유로 ‘민심 청취 기능의 약화’를 꼽았다. 검사 시절 우병우·조국 전 민정수석 사건을 수사하며 민정수석실의 폐해를 체험한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지만 바닥 민심을 제대로 챙길 창구가 사라지는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사정 기능을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야당은 “총선 패배 후 약화되는 사정 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을 찾아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신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실 참모진 인선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후 세 번째다.
김 신임 수석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검사를 지냈다. 민정수석 산하에는 비서실장 직속이던 법률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이 옮겨가고 민정비서관이 신설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정 기관을 총괄·지휘한 반부패비서관실은 뺐다. 민정비서관에는 이동옥 행정안전부 대변인이, 새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총선에서 패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내정됐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 의대 정원 증원 등 윤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를 만날 때마다 민정수석실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민심 동향을 제대로 전달받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민정수석 폐지’는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 때부터 밝힌 소신이어서 물밑 논의에 그쳤다.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하며 결국 분위기는 바뀌었다. 민정수석실에 모여 있던 사정·인사 기능이 뿔뿔이 흩어져 핵심 기능마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윤 대통령은 “일선의 민심이 대통령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을 소개하며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과거 김대중 대통령도 역기능을 우려해 법무비서관실만 뒀다가 결국은 취임 2년 만에 다시 민정수석실을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나온 ‘민심 전달 기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감사원 등 사정 기관 길들이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을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라며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검사 출신인 김 수석을 기용한 것에는 “결국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꼭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책 현장에서 국민의 불편함이나 문제점 등이 있다면 국정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인사 검증 △대통령 친인척 관리 △고위 공직자 감찰 등 과거 민정수석 권한 중 어디까지 복원할지 등 조직 기능 재설정에 착수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 시 ‘2실장, 5수석’ 체제던 대통령실은 ‘3실장, 7수석’ 체제로 확대됐다. 국가안보실 산하 3명의 차장을 포함하면 수석급은 총 1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