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큰 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구찌와 루이뷔통 등 유럽 명품 기업의 주가가 흔들리는 가운데 세계 최대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PANDORA)의 주가가 나 홀로 반짝이고 있다. 실험실에서 기른 합성 다이아몬드가 젊은 소비층에서 큰 인기를 끌며 판도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 주고 있어서다.
7일 금융정보업체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판도라의 주가는 지난 2022년 10월께 주당 360덴마크크로네(DKK)에서 이날 기준 1117크로네로 꾸준히 올랐다. 20여 개월 만에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판도라 기업 가치의 상승 배경에는 실험실에서 재배한 합성 다이아몬드, 이른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grown Diamond)’의 인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기계로 강한 열과 압력을 가해 완성되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보석과 광학적·화학적으로 동일하다. 등급 역시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하게 연마된 특정 형태를 뜻하는 ‘커트’와 색상, 투명도 및 캐럿을 기준으로 지정된다. 알렉산더 라식 판도라의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채굴을 통해 얻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3분의 1 가격”이라며 “나이가 많은 고객들은 여전히 채굴 다이아몬드를 선호하지만 젊은 고객들은 새로운 가치에 좀 더 개방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이 삼림 벌채와 토양 침식 등으로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고 엄청난 전기와 에너지를 쓰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등으로 비판받는 상황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가치 소비’로도 주목받으며 소비층을 빠르게 늘려가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판도라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본격적으로 판매한 최초의 대형 주얼리 브랜드로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판도라는 2021년 광산 채굴을 통해 생산하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판매를 중단하고 실험실에서 제작되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만을 팔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판도라는 원래 다이아몬드 판매 비중이 큰 기업은 아니었다. 2021년 기준 판매한 총 8500만 개의 주얼리 제품 중 다이아몬드는 5만 개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팔찌나 목걸이에 거는 비교적 저렴한 팬던트인 ‘참(Charm)’이 주력 제품이었던 판도라에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새로운 문을 열어줬다. 천연 제품보다 3분의 1로 저렴하지만 판도라의 ‘참’보다는 비싼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더 다양한 제품 라인을 선보여 매출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2일(현지 시간) 판도라가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관련 매출은 2억 6500만 크로네(약 520억 1600만 원)이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87% 늘어난 6300만 크로네(약 123억 6000만 원)에 달했다. 판도라는 2026년까지 관련 매출을 10억 크로네(약 196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판도라의 1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68억 크로네(약 1조 3350억 원)였는데, 회사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6~9%에서 8~10%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과 루이뷔통의 모기업 LVMH 등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중국 수요 부진을 이유로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자신감이다.
이런 가운데 천연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는 1분기 생산량이 23% 감소하기도 했다.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이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 2년간 25% 이상 하락하고 있어서다. 이 실험실의 ‘가짜 보석’이 진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라식 CEO는 “이것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트렌드”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전체 다이아몬드의 절반 가까이가 실험실 다이아몬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이 변화를 즐길 수 있을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