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상장주식 2조626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이 8일 발표한 '4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주식 2조6260억원을 순매수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액은 2조1118억원에 달한다.
4월 말 기준 외국인은 상장주식 802조50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의 28.9%에 해당한다. 이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6490억원을 순매수하고, 코스닥 시장에서 1조240억원을 순매도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3조5000억원), 아일랜드(3000억원) 투자자들은 순매수했다. 캐나다와 독일은 각각 7000억원, 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다가 11월부터 매수로 전환했다. 올 2월 순매수 비중을 두 배가량 늘리며 매집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만 놓고 보면 올해 이들이 사들인 국내 주식은 총 15조8000억원으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다. 올해 삼성전자(9조5820억원, 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1조2810억 원)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만 10조원을 넘어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기준 0.37% 하락한 8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3주 만에 다시 8만원 선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4일 장중 8만 6000원까지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3고(고금리·고유가·고환율)를 비롯한 중동 리스크 등 대외 악재로 이내 7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SK하이닉스도 1.39% 내린 17만 8300원을 기록 하며 소강상태지만 장중 18만원 선을 회복하는 등 17만원, 18만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반도체 톱이자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인공지능(AI) 개발에 대한 글로벌 경쟁으로 AI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투톱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두 종목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비트에서 HBM 점유율은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증가하고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매출에서는 HBM이 올해 전체 D램 시장가치의 20%를 차지하고 내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인 HBM은 그래픽 카드 및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과 같은 고성능 응용 프로그램에서 메모리 대역폭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한 HBM 시장 선점을 두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 경영자인 젠슨황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이어 회동한 것이 단적인 예로 꼽힌다.
양사는 최첨단 제품인 ‘HBM3E 12단' 양산으로 앞두고 서로 제작 기술이 앞선다는 장외설전도 벌이고 있다. HBM 경쟁 가열에 따라 양사의 주가 변화에도 주주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두 기업에 대한 증권가의 목표주가도 상향되고 있다. JP모간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11만원으로 22% 올렸으며,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6만원까지 오를 것(다올투자증권)이란 예상도 나왔다. 6개월 내 두 기업 모두 현재 주가 대비 40%가량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