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등으로 러시아 사할린에 이주한 동포와 자손 등 60명이 평생 그리워하던 고국의 품에 안겼다.
최고령인 황순남(85) 할머니 등은 '동포의 땅' 사할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건너가 여객선을 타고 11일 오후 강원도 동해항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했다.
정부는 '2023년 사할린동포 영주귀국 및 정착지원' 대상으로 총 261명을 선정했다. 지난달 27일 16명이 입국한 데 이어 이번에 60명이 2차로 단체입국을 했다. 나머지 185명은 개별입국한다.
영주귀국 사업을 진행하는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과 대한적십자사(회장 김철수)는 이날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사할린 동포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최영한 재외동포청 차장은 배를 기다렸다가 입국장에 들어가 황순남 할머니가 탄 휠체어를 밀고 환영식장에 들어왔다.
최 차장은 환영사에서 "하늘길이 막혀 24시간을 여객선에서 보내시며 오시는 동안 고향이 얼마나 멀게 느껴지셨을지, 또 얼마나 설레는 마음이셨을지 모르겠다"며 "홀로 외롭다고 느끼지 않으시도록, 이제부터 조국은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 있겠다"고 위로했다.
그는 이어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우리 정부는 꽃 피는 봄에 고향으로 돌아오신 사할린 동포분들께서 고국에 잘 정착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황 할머니는 "따듯한 환대를 받으니 지난 세월 잊혀진 존재로 살아온 설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느낌"이라며 "진짜 모국의 품으로 돌아온 게 실감이 난다"고 감격해했다.
지난해 출범 후 처음으로 치른 재외동포청의 환영 행사에는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이재영 동해지방해양수산청 청장 등도 자리했다.
환영식이 끝난 뒤 사할린동포들은 전국 거주 예정지역으로 이동했다.
사할린 동포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돼 고통을 겪었고 1945년 해방 이후에도 냉전체제가 지속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은 1991년 러시아와 수교로 인해 한국 방문길이 열렸다.
재외동포청은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945년 8월 15일 이전 사할린으로 이주했거나 태어난 이들과 동반가족의 영주귀국 및 국내 정착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영주귀국 동포들은 귀국에 필요한 운임 및 초기 정착비, 거주 및 생활 시설비, 임대주택 등의 지원을 받는다.
재외동포청은 보건복지부, 법무부, 대한적십자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동포들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사할린동포 2∼3세 모국 방문', '영주귀국 사할린동포 법률지원' 등 다양한 사업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