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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 근거자료, 의사 수도권 쏠림·연봉통계도… '2000명' 근거 두고 갑론을박

■이번주 집행정지 항고심 영향 주목


의대 정원 증원의 최종 분수령이 될 집행정지 항고심이 재판부의 최종 결정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2000명 증원과 관련된 자료 총 49건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관련 회의 자료와 연구 보고서는 물론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관련 기사, 대도시 의사 쏠림 현상과 의사들의 연봉 통계 등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들 자료를 검토한 후 의대 정원 증원·배분 결정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해 13~17일께 결정을 내리게 된다. 기각하면 27년 만의 의대 정원 증원이 초읽기에 들어가지만 인용되면 내년 증원 계획은 무산되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탓에 정부가 제출한 근거자료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의료계는 정부가 ‘2000명’을 언급한 대목이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뿐이라며 증원 근거와 논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정부는 이미 ‘2035년 의사 1만명 부족’ 추계를 언급해 왔다고 반박한다.




12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경증 환자는 진료가 불가하다는 점과 근처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12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경증 환자는 진료가 불가하다는 점과 근처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 재판부에 참고자료 총 49건 제출… 정원배정위 회의록은 빠져



12일 정부·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10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에 제출한 자료는 별도 참고 자료 2건을 포함해 총 49건이다. 정부는 보정심 심의 안건과 회의록,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제출했다. 관심을 모았던 교육부 의대정원배정위원회의 경우 회의 결과를 정리한 내용을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각 대학 수요 조사의 타당성 검토를 진행한 ‘의학교육점검반’ 활동 보고서도 냈다.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 및 모집 인원 배정 결과, 이름을 가린 한 대학의 의대 증원 희망 수요 자료, 정원 신청서도 제출 자료에 포함됐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화 채널이던 의료현안협의체는 당시 배포했던 보도 참고 자료와 브리핑 발언 등을 제출했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라고 주장했던 연구 보고서도 제출 목록에 포함했다. 보고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서울대가 발표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다. 2022년 기준 의사 인력 수급 추정,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추계, 통계청 2023년 고령자 통계도 담겼다.

12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휠체어에서 내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12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휠체어에서 내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아산병원의 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치료받지 못하다 숨졌던 사고를 소개한 기사도 제출 목록에 포함했다. 진료보조(PA) 간호사가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상황에서 위법과 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의사의 역할을 대신해왔다고 소개한 기사도 있다. 2022년 7월 공개했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도 포함했다. 당시 조사에서 2020년 기준 의사 평균 임금은 약 2억 원으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서울 지역 인구당 의사 수는 경상북도의 2.4배였다. 작년 초 발표한 ‘2023년 복지부 업무보고’ 자료, 지난해 10월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 보도자료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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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근거 없다” vs. “오래 전부터 2035년 의사 부족 언급”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본 의료계 측은 ‘2000명 증원’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를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12일 정부가 법원에 낸 자료 내용을 공개하며 ‘2000명’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문서는 증원분 발표 당일인 2월 6일 보정심 회의록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 제출 자료에 대해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미 공개된 언론 기사와 보도 자료였다”며 증원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대증원에 대해 의료계 및 다양한 이해관계단체와 충분히 협의했으며, 그 규모는 숫자만 단독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해당 보정심 회의에서 2000명이 처음 공식 언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의사 수급 추계에 따라 여러 차례 얘기해 왔다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정부가 의대정원 확정에 앞서 2월 1일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2035년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천명한 바 있기 때문에 의료계도 증원 규모를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되면 내년 증원 무산… 기각 시 ‘확정 초읽기’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항고심 결정에 매달리는 이유는 집행정지 신청이 어떻게 결정되든 대법원 재항고를 통해 결정을 뒤집기는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인용하면 정부가 내년도 입시에 의대정원 증원을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데, 대법원 재항고가 그 안에 마무리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경우 정부는 내후년 입시에 증원분이 반영되도록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 증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기각되면 내년도 의대정원 증원은 확정 초읽기에 들어간다. 일선 대학들 가운데는 증원된 의대 정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법원 결정 이후 확정하기로 미룬 곳들이 적지 않다. 기각 결정이 나면 이렇게 미뤘던 대학들이 개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이 마무리되고 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기존에 대학들이 제출했던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한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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