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갈등을 일단락한 SK브로드밴드가 이달부터 자사 인터넷(IP)TV를 통해 양사 간 제휴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성장 정체에 놓은 IPTV 업계 3사는 컨텐츠 제휴 협력과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이달 중 IPTV 서비스 ‘비티비(Btv)’에 넷플릭스 제휴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Btv 가입자는 기존 IPTV 서비스에 더해 결합 할인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구독을 한번에 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요금제 선택지와 콘텐츠를 늘려 가입자와 매출 증가를 꾀한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일찍이 넷플릭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손잡은 데 반해 SK브로드밴드는 망 사용료 갈등을 겪은 탓에 비교적 상품 출시 일정이 늦었다.
넷플릭스와는 중장기적으로 모회사인 SK텔레콤 차원에서도 모바일 서비스와 기술까지 포괄한 협력을 추진한다. 앞서 SK텔레콤은 “모바일·IPTV와 결합한 넷플릭스 번들(묶음) 상품을 출시하고 구독 플랫폼 ‘T우주’에도 결합 상품을 선보이며 광고형 요금제 관련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라며 “대화형 사용자경험(UX) 등 AI 기술과 관련해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OTT 제휴 외에도 생성형 AI를 도입해 Btv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 가입 상담 등 고객 문의용 챗봇 ‘챗비’를 출시했고 코난테크놀로지와 협업해 자연어 처리 인식률 개선 등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는 방송 출연자의 옷과 액세서리를 바로 검색해 구매 페이지로 연결해주는 ‘AI 쇼핑’ 기능을 추가했고 SK텔레콤 AI 에이전트(비서) ‘에이닷’을 접목해 콘텐츠 추천과 검색, 재생 등을 대신해주는 미디어 에이전트도 출시할 계획이다.
경쟁사들의 행보도 비슷하다. ‘지니티비(지니tv)’를 운영하는 KT는 지난달 미디어 분야 AI 기술을 한데 모은 솔루션 ‘매직플랫폼’을 공개했다. AI가 특정 인물이 등장하거나 노래하는 장면만 추려서 보여주는 ‘AI 골라보기’, AI가 밀리의서재·지니뮤직의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AI 오브제북’ 등을 출시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자체 개발 중인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을 기반으로 IPTV ‘유플러스티비(U+tv)’에 ‘미디어 에이전트’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달 초에는 자체 개발한 음성검색 기능 ‘익시 음성검색’을 도입해 검색·추천의 정확도를 높였다. 자회사 LG헬로비전은 저렴한 케이블(SO)에 IPTV 기술을 접목해 화질과 음질을 높인 유료방송 서비스 ‘헬로tv 프로’를 새로 선보였다.
3사의 IPTV 사업은 OTT발(發) 코드커팅(유료방송 해지)으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가입자 수는 업계 1위 KT가 소폭 감소를 겪는 등 3사 합산 2165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2% 느는 데 그쳤다. 관련 매출 성장률도 SK브로드밴드 0.7%, KT 2.3%, LG유플러스 0.1%로 저조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거대 야당의 협조 여부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