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헬스

한덕수 “자료공개 요구, 재판 방해”… 의료계 "기존 보고서 인용 주장일뿐"

■'의대정원 재판' 앞두고 醫政공방

정부 "무분별한 자료공개 삼가야

의료계·이해관계자와 협의" 강조

의사단체 "증원 근거자료 미약"

회의과정 절차적 위법성도 주장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기자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효력 정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의정(醫政)이 장외에서 거친 공방을 벌였다. 의료계는 13일 정부의 법원 제출 근거 자료까지 공개하며 “객관적 수치가 아니다”라는 기존 주장을 폈다. 반면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대한의학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정부 자료를 검증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정부는 수천 장의 근거 자료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0명은 어디서 나온 객관적 숫자인가”라며 “국가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증을 맡은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은 2000명이 처음 등장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가 요식행위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그는 회의에 대해 “증원 결정을 통보하기 위한 것이었지, 의대 정원이 몇 명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회의는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소송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사법부가 정책결정에 지나치게 개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 통치행위도 기본권과 관련이 된다면 사법 심사의 대상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계가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장외에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즉시 멈출 것을 촉구했다. 한 총리는 의료계를 향해 “재판부가 최대한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결정 전까지만이라도 무분별한 자료 공개를 삼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료를 공개하고 유리한 부분을 발췌해서 왜곡된 해석을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계에서 ‘2000명 증원’이 2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전까지 등장하지 않는 점을 들어 과학적 근거가 결여돼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두고 “의료계 및 이해관계자와 협의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보정심 회의에는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해 4명이 반대했고 19명이 찬성했다. 복지부는 “참석자 중 19명은 2000명 증원에 찬성했고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한 총 4명이 반대했다”며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증원 자체에는 찬성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증원 규모로 2000명을 정한 것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 인력 확충의 필요성은 지난해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도 언급됐다”며 “대학별로 제출한 2025학년도 증원 가능 규모의 최소치인 2151명에서 현실적 여건 등을 고려해 (2000명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을 자료로 만들어 재판부에 낼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법원에서 석명이 필요하다고 한 자료는 다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