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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톱스타 없이도…지루할 틈 없는 2인극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英 여류작가 '생의 이면' 이야기

실력파 배우 신들린 연기에 감탄

화려한 미디어아트도 재미 더해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할리퀸 크레이션즈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할리퀸 크레이션즈




객석과 연결된 듯한 계단형의 무대, 안개가 자욱한 영국 런던의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 뒷편의 미디어 아트.



화면에는 ‘1941년 3월 여성 소설가가 사라졌다’는 뉴스 속보를 담은 신문 기사가 나타난다. 사라진 여성은 ‘애들린(버지니아 울프)’. 그는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 돌연 사라져 1927년 자신이 집필하던 소설 속 세상에 도착한다.

영국이 낳은 20세기 최고의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생을 조명한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가 초연 개막했다. 작품은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모티브로 ‘소설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라는 상상력을 더한 창작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는 1927년 애들린의 소설 속을 살고 있는 가난한 청년 조슈아와 자신의 소설 속으로 들어온 작가 애들린 단 두 명이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할리퀸 크레이션즈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할리퀸 크레이션즈




유명한 아이돌 출신 배우 없이 꾸며지는 무대는 두 배우의 연기력과 20세기 초반 런던을 재구성한 실감나는 미술로 채워진다. 공연이 진행되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은 다른 공연장과 달리 객석이 좌우로 길게 뻗은 형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뮤지컬 특유의 웅장함은 포기해야 하지만 보다 많은 관객들이 각종 무대장치를 연극보다는 영화에 가깝게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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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극장이지만 무대 장치는 때로는 책상으로, 때로는 문으로, 때로는 다락방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며, 공간을 거의 전부 활용한다. 다른 뮤지컬이나 연극에서는 이처럼 하나의 무대 장치를 다양하게 사용할 때 스탭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분주하게 시설을 옮기거나 암전으로 무대를 바꾼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 속에서는 그런 번잡함을 찾아볼 수 없다. 절정 부분에서 애들린이 절규할 때 등장하는 거대한 십자가는 그 아이디어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할리퀸 크레이션즈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할리퀸 크레이션즈


나무 재질의 무대 장치는 ‘턱턱’ 정겨운 소리를 내며 조슈아와 애들린의 감정 표현을 도와준다. 수많은 앙상블을 동원해도 지루한 작품이 있지만, 이 작품은 배우가 단 두 명밖에 없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다양한 볼거리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공연에서 연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할리퀸 크레이션즈뮤지컬 버지니아 울프의 한 장면. 사진제공=할리퀸 크레이션즈


최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창작 작품이 국내에서 많이 제작되고 있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는 작가의 생애 전반을 다루지는 않는다. 작가는 ‘주인공이 자신이 집필하던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는 아이디어를 뮤지컬에 적용했다. 최근 웹소설과 드라마에서 유행하는 이 같은 설정은 자칫 유치할 수 있지만 ‘버지니아 울프’라는 원작과 작가의 탄탄한 구성에 힘입어 잘 어우러졌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에 태어나 1941년에 사망했다. 작품 속 애들린이 진입한 소설 속 세계는 1927년. 아직 애들린이 살지 않았지만 곧 살게 될 ‘근미래’다. 조슈아는 애들린을 통해 ‘인생 역전’을 꿈꾼다. 공연은 7월 14일까지.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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