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금리 인하 기대로 미국 증시가 일제히 반등한 데 힘입어 한 달여 만에 2750대를 회복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1조 원에 가까운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낸 탓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미국 증시와 달리 코스피의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투자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상승 동력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한 만큼 국내 증시가 당분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66포인트(0.83%) 오른 2753.00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달 2일(2753.1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코스피는 장 초반 2773.46까지 치솟으며 3월 26일 연고점(2757.09)까지 넘어섰으나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오름폭의 상당분을 반납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8.22포인트(0.95%) 상승한 870.37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4262억 원, 5938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은 965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81억 원, 738억 원어치를 사고 개인이 798억 원어치 팔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SK하이닉스(000660)가 4.16% 올라 돋보였다.
이날 오름세는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4% 상승해 전망치에 부합하며 전월(3.5%)보다 오름폭이 줄어든 게 결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15일(현지 시간) 다우존스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가 주춤하면서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이 보는 9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전날 65.1%에서 CPI 발표 이후 74.5%로 높아졌다.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은 연내 2회 확률(39.3%)이 가장 높은 가운데 1회 인하 가능성(24.7%)보다 3회 인하 확률(24.95)을 시장은 더 높게 보기 시작했다. 금리 불안감은 감소했지만 신중론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연준 안팎에서 여전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이 경제를 얼마나 누르는 수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이) 확실해질 때까지 지금의 금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방향 등을 두루 감안할 때) 가격 조정이 급격하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주가지수가 강하게 더 치고 올라갈 근거도 부족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