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에서 이어집니다)
국내 금융당국이 해외 미신고 거래소 단속에 들어간 지 2년. 그러나 리딩방에선 한국에서 버젓이 영업하는 미신고 거래소가 득실대고 있다. 미신고 거래소인 탓에 피해를 입어도 구제가 어려운 리딩방 피해 사례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허가된 업자만 리딩방을 운영하는 등 진입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MEXC, 쿠코인 등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16곳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한국어 홈페이지와 한국인 이용자 유치 이벤트를 벌이고 신용카드를 활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지원한다는 이유다. 해외 거래소가 △한국어 서비스 지원 △한국인 대상 마케팅·홍보 △원화거래·결제 지원에 해당하면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해야 한다. 당시 금융위는 “미신고 VASP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갖추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 위험에 노출되거나 자금세탁 경로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해외 미신고 거래소 홈페이지의 국내 접속 차단도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거래소 대부분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버젓이 영업 중이었다. 한국어 지원 페이지는 클릭 한 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금융위가 접속 차단을 요청한 후 2년 동안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해외 미신고 거래소는 고수익을 담보로 코인 리딩방 피해자를 끌어모으는 하나의 유인책이었다.
그사이 선량한 시민들의 피해는 계속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접수한 리딩방 불법행위는 1452건으로 피해액만 1266억 원이다.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치안전망 2024’에 따르면 올해 리딩방을 통한 악성 사기가 살인, 강도 등 5대 강력범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딩방에서 피해를 당하면 마땅한 구제책이 없다. 이미 자금을 빼돌린 경우가 많고 익명으로 대화가 이뤄져 피의자를 특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권오훈 차앤권 변호사는 “리딩방은 일반적은 ‘사기’로 보는 경우가 많고 처벌도 가능하지만 피해를 구제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상 ‘자본 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유사투자자문 규제를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리딩방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라이선스를 받은 사람만 리딩방을 운영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식의 경우 오는 8월부터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친 투자자문업자만 리딩방을 운영할 수 있다.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과제’ 토론회에서 “현재는 금융 투자 상품이 아닌 부동산·금에 투자자문을 하는 사업자도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업자”라며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가상자산’을 추가해 가상자산에 관한 자문업을 즉시 규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