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연착륙(소프트랜딩)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장기간 고금리에도 물가를 잡지 못하고 경기마저 침체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했지만 최근 경기지표들이 다시 완만하게 내리막을 향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기는 둔화 조짐이 나타나며 연착륙을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 좀처럼 꺾이지 않던 물가지표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지만 최근 들어 물가·생산·고용 등 주요 지표들이 시장 전망에 부합하면서 안도감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연준은 4월 미국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0.1% 상승을 점치던 시장 예상을 밑돈 수준이다. 앞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해 3월(3.5%)보다 둔화 조짐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식음료·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3.6%)는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용도 연착륙을 향하는 분위기다. 4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7만 5000건 늘어나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8만 건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주(5월 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 2000건(계절 조정 기준)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1만 건 적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22만 1000건)를 넘어섰다. 특히 2주 이상 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월 28∼5월 4일 주간 179만 4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만 3000건 늘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는 그동안 과열 양상을 지속해온 미국의 노동시장이 식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가 압력을 조금씩 덜어내는 가운데 뜨겁던 경제 온도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어 고금리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로서는 9월을 기준금리 인하 시점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현재 5.25~5.50%인 미국 기준금리가 9월 5.00~5.25%로 떨어질 확률을 50.5%로 평가한다. 통상 중앙은행의 금리 변경 폭이 25bp(1bp=0.01%포인트)인 점을 감안할 때 9월까지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7월 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7월 인하 가능성은 약 30% 수준으로 현실적으로 높진 않지만 ‘깜짝 인하’ 시나리오를 기대할 만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WSJ는 “7월 인하는 흥미로운 다크호스 후보”라면서도 “경기 둔화 조짐이 쌓이고 있어 여름 서프라이즈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기대가 다소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가 완화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에 나설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지금 통화정책을 바꿀 만한 어떤 지표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