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은, 10월에 피벗 개시.. 올해1차례 인하 그칠 듯"

■서경 금통위 서베이

이달 23일 금통위선 '만장일치 동결' 전망

물가·환율 등 불안… 美 금리 인하 뒤 조정

"이수형·김종화 새 금통위원 참여 변수아냐"

올해 성장률 2.1%→2.48%로 상향하기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로 묶어놓은 기준금리를 11회 연속 동결할 전망이다. 미국은 9월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서고 한국은 10월에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통화정책 전문가들이 올해 성장률을 2.48%로 상향 조정한 가운데 일각에선 2% 후반대 성장을 내다보기도 했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이코노미스트와 연구위원 등 전문가 12인을 대상으로 한 ‘서경 금통위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이달 23일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후 10회 연속 3.5%에 묶어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여전히 끈적끈적한 데다 미국 등 주요국가가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지 않은 점 등을 동결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하락했지만, 국제 유가와 농수산물 불안은 여전하다. 과일 등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10.6%나 뛰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환율 시장의 불안도 금리 조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환율 불안 시기에 자칫 미국과 금리 격차를 조정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후반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목표를 웃도는 영역에 머물러 있다”며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까지는 추가 확인할 사안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물가와 더불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환율 불안을 고려하면 이번 금통위에선 만장일치 동결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달 금통위부터 신임 금통위원인 이수형·김종화 위원이 참여했지만,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새 금통위원이 비둘기파로 볼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소수의견의 가능성이 더 줄었다”고 평가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새 금통위원들이 미국 연준 인사들처럼 공개 발언을 많이 한 사람이 아니어서 성향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현재는 개별 위원의 의견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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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시기는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서베이에 참여한 전문가 12명 가운데 83%인 10명이 10월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은 데다 물가상승률도 2%대를 상당 부분 유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신중한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일 뿐 전향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역시 성장률과 물가 등이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할 상황이 아닌 만큼 10월께 예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하반기 들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유효하다”며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내려가고 환율도 더 오르지 않는 등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건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데 한은이 서두를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의 금리 조정 폭과 관련해선 0.25%가 7명, 0.5%가 5명으로 1차례 인하 가능성이 조금 더 높게 평가됐다.

지난달 1일 부산항에 컨테이너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지난달 1일 부산항에 컨테이너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달 조사 당시보다 0.4%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2.1%에 그쳤지만, 이달 조사에서는 2.48%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를 달성하며 대거 조정이 이뤄진 덕분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2.2%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해 11월 2.1%에서 이달 2.5%로 조정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잘 나왔고 수출도 긍정적”이라며 “나머지 분기에 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0.2~0.3% 성장만 나와도 2.5~2.6% 성장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2% 후반대 성장 가능성도 내다봤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성장률을 반영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2.3%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며 “순수출이 전체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내수 위축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달 조사(2.62%)보다 다소 하락한 2.58%로 집계됐다. 한은 역시 올해 물가 상승률을 2.6%로 내다보고 있다. 허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환율 부담이 다소 있지만, 물가 상승률은 하반기께 농수산물 등이 안정되며 2.6%에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피벗 시기와 관련해선 9월 가능성이 가장 많았다. 전체의 7명이 9월에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고 4명은 7월 가능성을 점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역시 물가가 안 떨어지고 있으니 7월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9월에는 물가가 조금 높더라도 고용 여건 등을 고려해 한 차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7월께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며 “7월에 기준금리를 0.25% 낮춘다면 올해 0.5%까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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