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1리터 페트병 생수에 미세플라스틱 24만개, 종이팩이라면?

페트병 고집하는 생수 업계 뒤집으면…'물' 아니라 '롬'


대부분의 지구용사님들은 브리타 같은 가정용 미니 정수기와 텀블러 등등을 애용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연간 페트병 생수 소비량은 1인당 무려 109개(그린피스, 2023년)나 됩니다. 그리고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1리터 페트병 생수 한 병에서 24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정확히 입증된 것이 없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도 페트병 생수를 마시긴 찜찜합니다.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 증가와 기후위기 악화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종이팩 생수, '롬'을 출시한 트위스티드제로를 만나고 왔습니다.

생수 산업, 뒤집어 생각하기


롬 생수 제품. /오늘 사진은 모두 트위스티드제로 제공.롬 생수 제품. /오늘 사진은 모두 트위스티드제로 제공.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롬'은 '물'을 거꾸로 뒤집은 이름입니다. 에디터와 만난 트위스티드제로의 오승범 최고운영책임자(COO)님은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페트병이 싸니까 오랫동안 생수 포장재로 이용돼왔죠. 그래서 아주 오래 전부터 바뀌지 않았던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미국에서 종이팩 생수 제품을 발견하게 됐고, 페트병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지겠지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산업을 뒤흔든다는 의지로 '물'을 뒤집은 겁니다.

그러나 이미 바닷물에서도, 강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현실. 트위스티드제로는 그래서 해양심층수에 주목했습니다. 오 COO님은 "바닷속 600미터까지 내려가면 세균도 미세플라스틱도 없는 진짜 청정수를 뽑아낼 수 있다"면서 "'자연드림'으로부터 강원도 고성 오호에서 취수한 해양심층수를 공급받아서 '롬'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롬의 포장재는 멸균팩, 뚜껑은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 베이스드 플라스틱입니다. 사탕수수는 적은 물로도 생산할 수 있는 식물입니다.

물론 종이팩의 한계도 있습니다. 물을 사 마시기보다는 물병, 텀블러에 담아 다니는 게 제일 친환경이니까 말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여쭤봤더니 오 COO님은 "생수 제품 자체가 친환경이 아닌 것도 맞고, 텀블러가 최고인 것도 맞지만 생수 제품이 아예 없어질 수는 없는 상황에서 기업으로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개개인이 텀블러를 챙겨다니는 건 정말 의미 깊은 일이지만, 기업의 역할은 종이팩 물 1억명을 팔아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페트병 생수의 시대를 끝내는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롬 생수는 개인 소비자들보다는 기업 행사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롬 생수의 유통 채널이 대기업 폐쇄몰 중심인 이유.

대안을 고민하는 사람들




또 종이팩은 재활용이 잘 돼야만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일반팩·멸균팩의 차이와 한계는 지난 레터에) 우리나라는 종이팩 재활용률이 14%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트위스티드제로도 고민이 많습니다. 다 마신 롬 생수병을 직접 수거,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리저리 구상하는 중입니다. 다행히 롬 생수는 기업 대상으로 판매하니까 수거가 쉬운 편입니다. 기업 행사에서 소비된 롬 생수 팩을 모아서 분쇄한 후 데크로 업사이클링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밖에 롬 생수를 정기구독한 금액의 일부만큼 꼭 필요한 곳(노숙인센터, 결식아동 도시락세트 등)에 현물로 물을 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 COO님은 롬 생수가 꼭 종이팩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페트병의 가장 나은 대안으로 종이팩을 택했을뿐, 재활용률 높은 알루미늄(종이팩보다 비싸기는 함) 같은 소재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롬이 1억병 팔릴 경우의 탄소감축량 추정치는 7010만톤. 어린 소나무 10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다만 에디터들을 포함한 지구용사들과의 생각과는 달리 '친환경'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말 안 팔려서(환경에 관심 갖는 소비자가 그만큼 한줌이란 슬픈 이야기입니다) 건강과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호텔의 일회용품 규제도 강화되고 있으니까 혹시 호텔 어메니티 시장은 어떤지 여쭤봤는데, 아무래도 가격이 중요하다보니 고급 호텔 정도만 수요가 있어서 시장이 작다고 합니다.

아마 롬 생수의 이야기가 별로 마음에 안 차는 용사님들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종이팩이 페트병을 대체할지, 혹은 생각지도 못한 소재가 플라스틱을 이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려는 분들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때로는 응원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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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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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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