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서울시 GBC 샅바싸움 …'뇌관'으로 떠오른 추가협상 근거 조례 [biz-플러스]

저층부 4개동 포함 105층 분산배치

녹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

서울시 "설계 변경…재협상 필요"

재협상 근거 조례는 2019년 의회통과

현대차와 사전협상은 2016년에 완료

조례상 지침 소급 적용 적절성 논란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건설프로젝트인 GBC의 설계 변경을 놓고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건설프로젝트인 GBC의 설계 변경을 놓고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사옥 건설 프로젝트인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의 설계 변경을 놓고 현대차(005380)그룹과 서울시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당초 짓기로했던 105층 초고층 타워를 55층 고층 타워 2개동으로 낮추려고 하자 인허가 주체인 서울시는 “사업계획이 크게 바뀌었으니 추가협상 해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이번엔 현대차그룹이 외부에 공개한 적 없던 설계 변경안 조감도를 깜짝 공개했다. 서울시와 재협상할 뜻이 없으며 55층 안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현대차그룹과 추가 협상의 근거로 삼고 있는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관련 조례의 소급적용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5층→55층 낮아진 층고…디자인 변경이냐 사업계획 변경이냐


현대차그룹의 GBC는 55층 2개동과 저층부 4개동으로 구성됐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현대차그룹의 GBC는 55층 2개동과 저층부 4개동으로 구성됐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과 서울시 간 신경전의 핵심은 GBC의 최고층수다. 105층에서 55층으로 낮추는 설계 변경을 두고 서울시는 “사업계획이 달라지는 중대한 변경”이라는 입장인 반면 현대차그룹은 “디자인 변경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한 현대차그룹은 105층 초고층 빌딩 1개 동과 저층 건물 4개 동을 짓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2016년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거쳐 2020년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사이 공사비 상승과 초고층 빌딩 건립에 따른 고도 제한 문제 등으로 현대차그룹은 기존 설계안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GBC 건물의 실용성과 안전성,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 그룹의 미래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난 2월 서울시에 변경안을 제출했다. 당초 105층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던 계획을 55층 2개 동으로 변경하는 것이 변경안의 뼈대다.

서울시는 반발했다. 현대차그룹이 GBC를 105층이 아닌 55층으로 짓겠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변경이기 때문에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사전협상 당시 현대차그룹이 105층 랜드마크 빌딩을 짓겠다고 해서 용도지역을 상향조정해주고 공공기여 부담을 줄여준 만큼 원점에서 기존 조건들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중대 변경' 사항이 있는 만큼 재협상 없이는 쉽사리 인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디자인 변경은 시와 추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형태가 초고층 1개 동에서 고층 2개 동으로 변경됐지만 이는 디자인 변경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시각이다. 서울시와 협상을 할 내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감도 공개는 현대차그룹이 55층 변경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2019년 통과된 조례 근거 추가협상 주장…소급적용 논란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



서울시가 현대차그룹의 설계 변경안에 대해 재협상을 주장하는 근거는 ‘서울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에 관한 조례’ 운영지침에 있다.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과 추가협상을 규정한 이 지침의 3.46 조항에 따르면 협상 완료 후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등 과정에서 적정한 변경사항 등 발생 시, 해당 협상조정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공공과 민간은 추가협상을 할 수 있다. 다만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또는 건축심의·허가 후 관계 법령에 따른 경미한 사항의 변경이 협상결과의 중요한 변경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추가협상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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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조례가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시점이 2019년이라는 점이다. 서울시가 현대차그룹과 사전협상을 완료한 시기는 2016년이다. 서울시가 2019년 통과된 조례를 2016년 벌어진 일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설계 변경안이 추가협상을 해야 할만큼 중대한 변경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추가협상의 근거 조항이 적절한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대규모 녹지 공간 갖춘 미래 모빌리티 혁신 거점


현대차그룹은 GBC를 시민친화적 랜드마크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현대차그룹은 GBC를 시민친화적 랜드마크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GBC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글로벌 혁신 거점이자 대규모 녹지 공간을 갖춘 시민 친화적 랜드마크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명칭도 기존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center)’에서 시민들을 위한 친환경 복합 단지 성격이 강조된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complex)’로 바꿨다.

조감도를 보면 GBC는 높이 242m, 55층 타워 2개 동과 복합전시산업(MICE), 문화·편의 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저층부 4개 동 등 총 6개 동으로 조성된다. 주 업무 시설인 타워동 2개 건물은 단지 내 대각선 방향으로 배치된다. 단지 중심에는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도심숲이 자리한다. 전시·컨벤션, 공연장, 판매 시설, 호텔 등 저층부는 도심숲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민 친화적 복합 문화 공간을 구성한다.

구체적으로 타워동은 신재생에너지, 탄소 배출 저감 등 친환경 기술 및 자율주행, 로보틱스, 목적기반차량(PBV),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건물 인프라와 융합된 하이테크 업무 시설로 건설된다.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운영 방식도 도입된다. 타워 2개 동의 상층부에는 GBC 방문객들이 한강·잠실·봉은사·선정릉 등 강남 일대 주요 명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최고급 호텔이 각각 들어선다. 도심숲은 자연과 하나 되는 도시 공간의 의미가 담긴 ‘어반 포레스트 시티스케이프(도심숲 도시경관)’를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GBC는 단지 중앙의 도심숲을 통해 코엑스~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탄천~잠실MICE~한강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내 보행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도 겸한다. GBC 디자인은 친환경 건축 기술로 유명한 영국의 ‘포스터앤드파트너스’가 맡았다. 포스터앤드파트너스의 대표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가로 꼽힌다.

"생산유발 265조원·고용유발 122만명 추산"




현대차그룹은 GBC 프로젝트가 국내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서울시가 통상적인 인허가 기간을 감안해 내년 하반기 중 인허가 절차를 완료하면 GBC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까지 4조 6000억 원 규모의 투자와 9200명의 신규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2030년까지는 총 19조 5000억 원 투자, 누적 기준 5만 6000명가량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공공기여액도 기존 1조 7000억 원 수준에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2조 1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행정학회가 당초 계획안을 기준으로 추산한 GBC 프로젝트의 생산 유발 효과도 265조 원, 고용 유발 효과는 122만 명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BC는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 혁신성, 공공성이 한층 강화된 대한민국의 대표 랜드마크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GBC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 조속한 인허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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