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떠난지 3개월이 지나도록 대다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자 "손해배상 책임 등 짊어져야 할 몫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한 대통령실 관계자를 향해 의사단체가 "무책임한 말로 의정 대화를 막고 있다"며 처벌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어제 언론보도를 통해 전공의들을 향해 공갈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며 "신상정보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언론매체가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병원 손실이 커지면서 정부 세금 5000억 원 가량이 병원에 투입됐다"며 "전공의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을 것을 공개 저격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각종 손해배상 책임을 비롯해 전공의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 커질 수가 있다”고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협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향해서도 "의협을 모욕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다"며 각을 세웠다. 박 차관이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임현택 의협 회장의 인터뷰 관련 의견을 밝힌 것을 겨냥한 것이다. 박 차관은 임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가 의대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자 '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회유됐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법원 판결을 비판한 것과 관련, "의협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입장에서 이 발언이 적절했는지, 법 테두리 안의 공익적 활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의협은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하기는 커녕 협박을 일삼으면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성혜영 대변인은 "박민수 차관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같은 날 모독 발언과 공갈, 협박을 했다"며 "구상권 청구 소송은 전공의가 아니라 의료제도를 망친 무책임한 관료와 전공의 수련을 포기하게 한 박민수 차관이 받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 "박민수 차관은 카데바 수입, 전세기 환자 이송, 무자격 외국의사 수입 등의 발언으로 오늘날 사태를 발생시켰다"며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나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전공의들의 복귀 조건으로 원점 재논의라는 전제 하에 의협을 중심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는 "현재 하나마나한 형식적인 협의말고 제대로된 의료개혁 논의를 이제 의료계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요구한 7대 요구사항과 더불어 원점 재논의가 약속돼야 의협도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