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막 오른 최저임금위, 지킬 수 있는 임금 체계를 만들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21일 1차 전원 회의를 열고 심의에 돌입했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는 법정 심의 시한인 90일 뒤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인재 신임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가 최대한 이견을 좁혀 합의를 형성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원만한 협상은 어려워 보인다. 1만 원 돌파 여부가 달린 최저임금 인상률과 돌봄 업종에 대한 임금 차등 적용 등 현안을 놓고 노사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올해 시간당 9860원으로 140원(1.42%)만 더 오르면 1만 원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 7년간 무려 52.4%나 치솟은 최저임금 때문에 영세 소상공인은 직원 한 명 두기도 어려워졌고 저숙련 노동자들은 일자리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간병·육아 등 돌봄 서비스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인건비 부담은 일반 가구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과속으로 급증한 최저임금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가 늘어나는 역설적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25만 5000명 늘어나 총 301만 1000명에 달했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고물가 때문에 근로자 실질임금이 2년 연속 줄었다고 주장하며 큰 폭의 임금 인상 요구를 예고했다. 최저임금법 4조에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도 노동계는 돌봄 인력난의 해법이 될 수 있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해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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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으로 반복되는 노사 대립과 고비용의 덫에서 벗어나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경직된 최저임금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노사가 ‘아니면 말고’식의 극단적 요구를 던져놓고 힘겨루기와 파행을 반복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독립적 전문가 그룹이 경제적·과학적 근거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임금 결정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또 9월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 개시에 앞서 우선 돌봄 업종부터 차등 적용을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위가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합리적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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