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채상병 특검법’ 수사 결과 지켜보고 여야 합의로 추진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순직 해병 진상 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특검법안은 삼권분립 등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정 실장은 “행정부 고유의 수사와 소추 권한을 특검에 부여하려면 여야가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며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을 모두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되돌아간 법안은 28일 본회의에 상정돼 재표결을 거치게 된다. 만일 재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 폐기된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책임과 수사 외압 여부에 대한 진실 규명은 매우 중요하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정치권도 과도한 수사 개입이 되레 진상 규명을 저해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말했다”며 “윤 대통령은 범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방안을 강구해 윤석열 정권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이 되면 결국 어느 시기에 탄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등 범야권 7개 정당은 25일 대규모 장외 집회도 함께 개최하는 등 범야권 공동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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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야당이 단독으로 특검을 강행하면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논란이 확산될 뿐 아니라 진실 규명을 더 어렵게 만든다. 당장 이번 특검법도 ‘야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한다’ 등의 독소 조항이 많다. 진흙탕 싸움만 유발하는 야당 단독 특검법 고집을 접고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여야 합의로 특검법을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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