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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부커상 수상 좌절… "그럼에도 계속 쓸 것"

수상 영예는 격동기 동독의 해체 속 사랑 다룬 에르펜벡 '카이로스'

21일 영국 부커상 시상식에서 황석영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21일 영국 부커상 시상식에서 황석영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 ‘철도원 삼대(영어명 Mater 2-10)’의 작가 황석영(81)의 영국 문단의 최고 권위 상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이 문턱에서 좌절됐다.



21일(현지 시간) 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Kairos)’를 호명했다.

앞서 유력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황 작가는 탈락했다. 황 작가는 시상식 직후 “성원을 보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수상 여부와 관계 없이) 계속해서 쓰겠다”고 전했다. 황 작가는 앞서 85세까지 쓰겠다며 소설 세 권의 추가 집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근대의 극복과 수용’을 작가의식으로 삼아온 황 작가는 2020년 집필한 ‘철도원 삼대’에서 철도를 중심으로 한 근대 산업 노동자들의 삶을 정면으로 다뤘다. 이전에 우리나라 문단에서 잘 다루지 않은 주제라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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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작가는 “전 세계의 근대는 다 왜곡된 모습이지만 동아시아는 모양은 그럴 듯함에도 불구하고 안의 내용물을 보면 근대를 극복하지 못 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식민지 시대, 분단 시대를 따로따로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내가 근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문학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고 전한 바 있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이 상의 최종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중에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이 상(당시는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았다. 이외에 2018년 한강 ‘흰’, 2022년 정보라 ‘저주토끼’, 2023년 천명관 ‘고래’가 각각 최종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날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에르펜벡 작가는 “아버지는 소설을 썼고 어머니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독일어로 번역했다”며 “쓰고 번역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난 제가 번역가와의 협업으로 이 상을 수상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카이로스는 1986년 분단된 독일의 동독 수도 동베를린의 한 버스에서 만난 19세 여학생과 50대의 기혼 남성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다뤘다. 이들의 위험한 관계가 파괴되는 과정을 통해 동독의 이상주의와 전제정치 체제의 해체를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21일 부커상 시상식에서 예니 에르펜벡(오른쪽) 작가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21일 부커상 시상식에서 예니 에르펜벡(오른쪽) 작가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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