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 가운데 생산도 잘 되고 효능이 뛰어난 8개를 추렸습니다. 이들 중 ‘스타’를 찾아낼 겁니다”
이재환 hy 중앙연구소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대학을 포함한 기관에 우리 균주를 분양해 외부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건강상 효과를 점검해보려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hy가 연구 부문에서 적극적인 외부 협력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71년 ‘한국야쿠르트’로 설립된 이래 이전까진 내부 연구에 집중하는 보수적인 기조가 잡혀있다고 평가받았다.
이미 국내 식품업계 최대 수준의 폭을 보유한 균주 수도 대폭 확장한다. 이 소장은 “5100여 종을 보유한 라이브러리를 3년 안에 2배로 늘리려고 한다”면서 “제품 개발을 위해 조합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기능성도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hy는 자체 연구로 확보한 프로바이오틱스를 최근 들어 기업간거래(B2B)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의 연매출은 100억 원 수준이다.
단기간에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할 새로운 실험 기법도 속속 도입된다. 사람 손이 상당 부분 들어갔던 기존 방식 대신 인공지능(AI)를 접목해 프로바이오틱스 효능 검증의 정밀도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임신혁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쥐 대신 유정란을 사용해 동물 실험에 소요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방법도 들여다보고 있다. 알 단계일 때 검사가 필요한 물질을 주입한 뒤, 부화까지 시키고 나서 효과를 보는 식이다. 이 소장은 “아직 국내엔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론적으론 동물 실험에 소요되는 기간이 두달 내로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연구소장으로 취임한 그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소장은 1996년 연구원으로 입사해 28년간 제품 개발이라는 한 우물만 판 전문가다. hy 중앙연구소가 현재 위치인 경기도 용인으로 이전한 1995년 이후 나온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뚜껑에 알약을 분리 포장해 2019년 출시된 ‘엠프로(MPRO)’가 대표적이다. 당시로선 최초였던 ‘이중 제형’ 방식이 지금은 ‘쿠퍼스’를 비롯한 음료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 소장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성분 함량을 맞추면서도 인도산 생강인 ‘판두라틴’의 독한 맛을 잡기 위해 이런 포장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엠프로는 ‘자식 같은’ 결과물이다. 제품개발팀장일 때부터 무려 5년간 출시에 공을 들여서다. hy에서 개발한 균주로만 제조돼 의미도 깊다. 지금은 매일 10만 병이 팔려 나가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방문 판매에서의 고정 구매 비율도 90%에 달한다. 단단한 소비자층이 형성돼 있을 만큼 체감 효과를 인정받는단 뜻이다.
이전까지 ‘유산균’으로 불렸던 프로바이오틱스는 최근 들어 장을 넘어 위와 간 등으로까지 건강상 효과 검증이 확장되는 추세다. 일본에서 들인 균을 제품화하는 데서 출발했던 hy는 이제 자체 개발한 균류나 음료로 해외 시장까지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균을 얻기 위해서라면 전국 각지의 장독과 아기 기저귀까지 찾아 헤멘 연구원들은 이 과정의 ‘숨은 주역’들이다. 유산균의 본고장인 유럽 코카서스 지역 출장도 다반사다. 이 소장은 “먼 미래에는 의약품 수준까지 프로바이오틱스 효능을 검증하고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정신 건강에 효과가 있는 제품까지 연구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