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년·20년 일해도 매년 실업걱정”…'월 86만원' 학교예술강사의 '호소'

민주노총,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법안 규탄 회견

예술강사 1년 내 계약직…월 68만원벌이에 '투잡'

“비정규직·기간제, 실직 불가피…혜택 축소 반대”

고용부 “21대 국회서도 발의…고용안전망 그대로”

17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17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조합원 박수현씨는 13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예술강사다.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문화예술 수업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응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처럼 예술강사가 되면, 매년 고용계약 갱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했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상 학교 예술강사의 채용기간은 1년 이내로 정해졌다.

1년 기간제 강사 신분은 박씨를 ‘온전한 학교예술강사’로 두지 않는다. 올해 예술강사의 월 평균 급여는 68만 원이다. 건강보험, 주휴수당, 퇴직금 혜택도 없다고 한다. 박씨는 생계를 위해 강사 이외에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예술강사는 10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매년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에게 실업급여는 강제적인 실업 기간을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울타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우리도 실업급여 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치면서 임금을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법안’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 법안이 실업급여 본래 기능인 실업자의 생계 지원 기능까지 위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5년 간 실업급여 수급 횟수에 따라 수급액을 최대 절반 감액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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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7일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실업급여 법안’ 규탄 기자회견에는 박씨 이외에도 여러 청년근로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기간제 등 불안한 고용형태 근로자가 여전한 상황에서 법안을 통한 실업급여 혜택 축소가 부당하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장은 “현재도 10명 중 4명 꼴로 청년은 비정규직 신분”이라며 “누구도 6개월짜리, 1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 법안이 실업급여 역할을 바꾸는 게 아니라 반복수급만을 막기 위한 대책이란 입장이다. 고용부는 코로나 19 사태 때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면서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재정난이 심해지자 경영계, 학계로부터 대책 마련을 요구 받았다. 경영계에서는 실업급여 혜택 범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넓어 부정수급 유인이 크고 재취업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늘 비판해왔다. 결국 고용부는 대책으로 실업급여 요율을 올렸고 반복수급자 혜택 축소방안도 마련했다. 여야도 21대 국회에서 실업급여 반복수급을 막을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부 대책 방향에 공감했다.

고용부는 21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무산돼 22대 국회 재논의를 위해 법안을 재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측은 “실업급여는 실직 어려움에 처한 근로자를 위한 고용안전망”이라며 “고용안전망이 제도 본연의 기능인 재취업을 지원하고 노동약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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