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합원 추천권으로 '인사 장사'…부산항운노조 73명 재판행

불법청탁 대가로 27억 갈취

허위 진술 교사 등도 드러나

부산항운노조 인사비리 사건에서 압수한 현금. 사진=대검찰청부산항운노조 인사비리 사건에서 압수한 현금. 사진=대검찰청




‘조합원 추천권’을 불법으로 행사해 채용 비리를 저질러온 부산항운노조 관계자 70여 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방검찰청 반부패사수사부(김익수 부장검사)는 부산항운노조 상임부위원장 2명, 지부장 3명 등 간부 15명을 구속하고 총 73명을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합 간부들은 임시 조합원들에게 정식 조합원이 되는 대가로 금품을 뜯어내고 청탁 금품 액수에 따라 급여 및 복지 혜택이 좋은 업체에 조합원들을 우선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A 지부장은 채용 청탁금 10억 원을 받아 이 중 1억 4000만 원가량을 가족을 동원해 차용금으로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B 반장은 노조원을 상대로 윗선에 청탁해 채용·승진시켜 주겠다고 허위 약속한 뒤 10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신용협동조합 C 전무는 승진을 대가로 청탁금을 수수하면서 청탁자들이 신협에서 불법 대출을 받도록 알선하고 4억 원 상당의 해외 원정 도박까지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공여자의 통장·체크카드, 비밀번호가 기재된 백지 출금 전표 등을 수수자에게 제공해 공여자가 사용한 것처럼 가장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신종 범죄 수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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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005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부산항운노조에 대한 대규모 집중 수사를 벌였음에도 고질적·구조적 비리가 근절되지 않자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전면 수사를 벌였다. 검찰 수사 결과 채용 청탁 대가로 수수한 금품은 2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수사로 노조 관계자들이 2019년 수사 대상자들에게 검찰 출석 전 허위 진술을 교사해 5년간 범행을 은폐해온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부산항운노조는 2000여 명으로 구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항운노조로 부산항만구역에서 항만·농수산물 하역 업무에 대한 근로자 공급 사업 허가를 받은 유일한 노동조합이다. 노조 관계자들은 특정 노조에 가입돼 있는 조합원만 채용(closed shop)할 수 있는 ‘독점적’인 근로자 공급 권한을 악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3월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46년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온 ‘조합원 추천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투명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인사 제도가 고위 간부들의 채용 추천권 행사를 통해 여전히 ‘인사 장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고질적·조직적 채용 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중단 없는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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