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가전·전기차 10년내 관세 철폐…韓투자는 60억弗 먼저 푼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협력 관계가 산업·무역에서 인공지능(AI) 등 미래 최첨단 분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1980년대 중동 인프라 건설로 처음 관계를 맺은 양국이 2009년 원전 수출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설정한 데 이어 29일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면서다.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2의 중동 붐 조성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4대 핵심 분야(경제·투자, 에너지, 원자력, 국방 기술) 등 총 19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선 경제·투자 부문에서 양국이 CEPA에 정식 서명하며 가시적 성과를 만들었다. FTA가 시장 개방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CEPA는 상품·서비스뿐 아니라 투자 부문까지 교류를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UAE는 우리나라의 세 번째이자 아랍권의 첫 CEPA 체결국이 됐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논의를 시작해 10월 협상이 타결됐고 이날 정식 서명했다.

CEPA 서명으로 지난해 208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인 UAE와의 교역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금속기계류 상당수는 5년 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및 가전제품 등은 최장 10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는 10년 내, 전기차 중 10인 이상 대형차와 화물차는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서비스 시장은 한국 기업의 진출 문이 대폭 확대된다. UAE는 온라인게임 서비스 시장을 한국 기업에 최초로 개방해 국내 업체의 직접 진출이 가능해졌다. UAE 의료 시장도 열려 한국 의료 시스템이나 국산 의료 장비, 의약품 수출 기회가 확대된다. 산후조리와 물리치료 서비스 역시 국내 업체가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된다.





UAE는 아울러 한국 기업과 의약품을 생산하고 아프리카 등 제3국에 공동으로 의약품 생산 공장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했다. UAE 정부 조달 시장도 CEPA 체결로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된다.

UAE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국부펀드의 300억 달러(약 40조 원) 국내 투자 중 60억 달러(약 8조 원)의 이행이 확정했다.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40건 이상의 유관 기업에 투자를 제안했고 70곳 이상의 기업과 면담을 진행했다. 양국은 기존 ‘산업은행·무바달라’ 간 투자 협력 채널을 확대해 투자 관련 기관들이 다수 참여하는 협력 채널을 구축한다.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은 “양국 간 깊어진 신뢰 관계로 더 많은 UAE 기관들의 미래 기술과 신사업, 유망 기술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통적 에너지와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는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인 애드녹(ADNOC)와 우리 기업 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의향서’가 체결됐다. 한화오션(042660)과 삼성중공업(010140)이 LNG 운반선 발주 투자의향서(LOI)를 맺어 최소 6척, 15억 달러(약 2조 원)의 LNG 운반선 수주 기반을 마련했다.

원전 분야에서는 양국이 협력해 제3국에 공동 진출한다. 한국전력과 UAE원자력공사(ENEC)는 공동으로 원전 사업 수행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두 기업은 공동작업반을 꾸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 제고와 수주 기회 확대를 위해 힘을 합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와 삼성E＆A, GS에너지 컨소시엄은 애드녹과 청정수소 생산 및 도입 공동 개발에도 합의했다. UAE 루와이스 지역 블루 암모니아 사업(하베스트 2.0)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뼈대다. UAE 현지의 블루 암모니아 생산·도입과 국내 유통 인프라(인수 터미널 등) 투자, CCS 운송 등을 포괄하는 수소의 모든 밸류체인에 대해 상호 공동 개발 투자할 방침이다. 안정적이고 경제성 있는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분야에서는 양국 기업 간 파트너십 강화에 나서는 한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UAE 자이드대 간 듀얼 캠퍼스를 조성해 공동 연구개발(R&D) 확대와 우수 인재 교류 등을 추진한다. 방산 분야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산 차세대 헬기나 전투기 등 UAE가 방어막을 확고히 구축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하나하나 협의하고 있고 하나씩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