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예산 편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회의 핵심 인사가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핵 공유 협정을 맺는 방안을 제안했다.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는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29일(현지시간) 중국, 북한 등의 위협에 맞서 미국의 군사적 태세를 강화하는 국방 투자 계획인 ‘힘을 통한 평화’를 공개했다.
위커 의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빠른 속도로 군사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폭압적인 정권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은 매년 계속해서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의 동맹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더 만들고 있다”면서 “당장 외교 해법이 보이지 않기에 미국은 한반도에서 억제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커 의원은 한반도의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통한 준비 태세 강화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 필요성을 강조한 뒤 “인도태평양에서의 핵 공유 협정 및 미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같은 새로운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미국의 핵 우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하자는 것으로, 워커 의원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들하고 체결한 것과 비슷한 '핵 책임 분담 합의'(nuclear burden sharing arrangement)에 한국, 일본, 호주가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워커 의원은 이밖에도 355척의 선박을 제공 할 수 있는 미국의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연간 3척의 공격용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조선소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군이 향후 5년간 군용기 최소 340대를 더 구매하고,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미 공군의 주력기종인 F-15 전투기를 퇴역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커 의원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우리는 함정을 건조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우리의 전투기 편대는 위험할 정도로 작으며, 우리의 군사 시설은 노후화됐다”면서 “이런 가운데 미국의 적들은 군대를 증강하고, 더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하면 세계 경제는 즉각적인 침체에 빠질 것"이라면서 “미국인들은 수십년동안 압도적인 군사적 우월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가정 아래 너무 편안해졌고, 이같은 잘못된 안보 의식으로 취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위커 의원이 이날 제안한 국방 예산안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9% 수준인 국방 예산을 향후 5∼7년간 5%로 증액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이 지난해 부채 한도 협상에서 국방 예산 증액 범위를 전년 대비 1%로 제한한 바 있어, 이같은 국방 예산이 통과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미 의회의 리더급 인사가 미국의 핵 공유 확대를 정식으로 제안한 만큼 미 정치권에서 이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확대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