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2022년 기준 0.78명)을 듣자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놀란 표정으로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교수가 그 이후 한국의 출산율이 더 낮아졌다는 소식에 “정말 충격적”이라며 “큰 전염병이나 전쟁 없이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합계 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미국의 노동법 전문가로 여성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연구해온 조앤 윌리엄스(72)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지난 29일 JTBC 인터뷰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에 대해 “숫자가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앞서 같은 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 474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94명(6.2%) 줄어 1분기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며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올해 합계 출산율을 0.68명(중위 시나리오 기준)으로 전망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의 이 같은 출산율 저하 원인을 직장 문화로 지목했다. 그는 “저도 어려웠고, 제 딸도 어려웠다”며 “그러나 우리는 극단적으로 긴 근무 시간이 당연한 직장 문화에서 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아직도 저출산을 유발하는 이런 이유를 유지하는 한국이 이상하다”며 “일터에 늘 있는 것이 이상적인 근로자로 설계된 직장 문화와 아이를 돌볼 어른을 꼭 필요로 하는 가족 시스템은 함께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 정부가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는 등 보육에 돈을 붓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아이가 학교 가기 전 6년 만이라도 직장 문화를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