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소극장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10월 브로드웨이 선다

■뮤지컬 듀오 윌·휴 콤비 라운드 인터뷰

처음부터 한국어·영어 버전 동시 제작

트라이아웃 공연서 제프리 리처드 눈에 들어

10월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서 공연

"브로드웨이 진출 놀라운 일…폐 안되는 작품 만들 것"

한국 소극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의 1000석 규모 대극장 ‘벨라스코(Belasco Theater)’ 무대에 선다. 작품 제작은 브로드웨이 3대 제작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프리 리처드’가 맡는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3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언론 라운드인터뷰에서 “브로드웨이 진출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라며 브로드웨이 진출 소감을 전했다.








로봇의 사랑 얘기…브로드웨이 뮤지컬 거장이 낙점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들이 서로 사랑을 느끼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5년전 회차 매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평단의 호평을 받아 온 수작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시즌 당시에는 CJ ENM이 새 프로덕션으로 합류, 유료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미국 애틀란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이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 했다.



박천휴 작가와 윌 작곡가는 뮤지컬 ‘일 테로네’, ‘번지점프를 하다’ 등 인기 창작 뮤지컬을 함께 제작한 듀오로 업계에서는 ‘윌·휴’라고 불리기도 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어쩌면 시작부터 예정된 일일지 모른다. 두 사람은 처음 대본을 쓸 때부터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을 동시에 작업했다. 이후 우란문화재단의 창작 지원을 통해 2016년 한국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리면서 동시에 뉴욕에서 현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낭독 공연을 진행했다. 박 작가는 “처음 작품을 완성하고 진행된 리딩 공연 직후 제프리 리차드에게 연락이 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제프리 리처드는 토니 어워즈를 8회 이상 수상한 뮤지컬계의 거장이다. 박 작가는 “사실 이 공연은 소극장에 더 어울리기 때문에 오프 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 인근 극장)에서 공연해 작품 자체의 정서를 지키고 싶었지만 제프리 리차드의 제안으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더 일찍 브로드웨이에 섰어야 할 공연은 코로나19로 잠시 미뤄졌고, 올해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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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공연의 올리버 역할은 드라마 ‘글리’로 잘 알려진 대런 크리스가 맡는다. 또한 클레어 역에는 헬렌 제이 쉔이 캐스팅됐다. 헬렌 제이 쉔은 이번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다. 연출은 2019년 애틀란타 트라이아웃 연출이자 작년 뮤지컬 ‘퍼렐이드’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한 ‘마이클 아덴’이 맡는다. 공연은 9월 18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10월 17일 정식 개막한다. 공연이 열리는 벨라스코 극장은 1907년에 지어진 1000석 규모의 극장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헤드윅’ 등이 공연된 바 있다.

국내 창작 뮤지컬에 브로드웨이에 선 것이 이번은 처음은 아니지만 대개 처음부터 대극장 공연을 목표로 제작된 작품이다.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처럼 한국 프로듀서가 현지에서 제작하는 뮤지컬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품 전체를 한국 창작진이 만든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첫 사례다.

작품 배경 서울·제주 동일…6월 18일 대학로서도 공연


철저하게 한국적 정서로 여겨지는 이 작품이 과연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이 작품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로봇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인종을 특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극 중 중요한 역할인 제임스는 꼭 동양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극의 설정은 일부 미국적 정서에 맞게 수정된다. 하지만 큰 틀은 유지된다. 작품의 배경은 한국 공연과 마찬가지로 서울이며, 두 로봇 주인공이 함께 떠나는 여행지도 제주도로 동일하다. 다만 원작에서는 두 주인공이 해저 터널을 통해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는 설정이지만,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페리를 타는 설정으로 변경됐다. 박 작가는 “미국에서는 터널이 생소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페리를 타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윌 작곡가는 “처음 해피엔딩을 완성했을 때는 우리의 정서와 이미지를 무대에 구현하는 게 목표였는데 브로드에이는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폐 끼치지 않을 만큼 좋은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한국 배경의 이야기를 미국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꿈이었다”며 “무대 구성은 변화가 있지만, 아날로그 정서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한편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공연에 앞서 6월 18일부터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3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난다. 5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에는 초연 멤버 정욱진, 2021년 네 번째 시즌에 출연한 홍지희가 출연하며, 신재범, 윤은오, 박진주, 장민제가 새롭게 합류했다. 윌·휴 콤비는 하반기에 70년대 양과자점을 배경으로 하는 신작 ‘고스트 베이커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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