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건강보험 수가(酬價·의료서비스의 대가) 협상이 31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의 여파로 올해도 순탄치 않다. 올해도 이해관계자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재정소위) 3차 회의가 열리며, 오후 7시부터는 공단과 7개 보건의료단체 간 유형별 최종 수가 협상이 열린다. 최종 협상에 참여하는 7개 단체는 각각 병원, 의원, 치과, 한의, 약국, 조산원, 보건기관을 대표하며, 이 결과에 따라 환자가 내는 진료비도 달라진다. 이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 결정된다.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이 환자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수가 협상은 매년 난항을 겪곤 한다.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가입자와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료 공급자 간의 갈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간극이 더 커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의 경우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해 정부와 대치를 벌이며 협상 초반부터 선결조건을 내거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내년도 수가를 최소 10% 이상 올리고, 국고 20% 지원부터 확실히 이행하라”며 수가 협상 회의 실시간 생중계 등을 참여 조건으로 제시했다. 협상단에 참여하는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는 “무엇으로 결정되는지 알려주지 않은 상태로 협상하다가 마지막 날에야 굴욕적인 수가 협상을 하는 게 맞는지 국민과 답을 찾아가겠다”고 주장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30일 집회에서 “정부는 의료현장을 살리는 의료개혁에 거액을 쓰겠다면서 정작 의료현장을 살리는 수가 정상화는 할 생각이 없다”며 “수가 협상의 결과물이 이 정부가 국민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지 거짓말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번 협상의 최우선 조건으로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의 철회도 주장하고 있다.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현재 행위별 수가에 곱해지는 환산지수를 필수의료 등 저평가된 의료행위에 한해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행위 유형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환산지수를 일괄적으로 인상해왔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시도했지만, 의협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최종 추가 소요 재정(밴드) 규모와 구체적인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계획은 재정소위 3차 회의에서 결정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법령에 의해 협상 과정은 공개할 수 없는 데다가 2008년부터 지금까지 법률에 따른 절차대로 이뤄지는 협상을 올해만 새롭게 바꿀 수는 없다”며 “정부의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라 유형별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