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석 달 만에 경기 수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중국 경제가 수출 의존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제조업 PMI가 전월보다 0.9 하락한 49.5를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전망치인 50.5보다 1 포인트 낮은 수치다.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PMI 통계는 관련 분야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중국 제조업 PMI는 지난 3월(50.8) 반년 만에 기준치를 넘어서며 경기 확장세로 전환된 뒤 4월(50.4)까지 두 달째 연속 확장 국면을 유지해오다가 5월 들어 석 달 만에 다시 수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은 50.7(전월 대비 0.4 포인트 상승)을 기록했지만 중형기업 49.4(1.3 포인트 하락), 소형기업 46.7(3.6 포인트 하락) 모두 기준치를 밑돌았다. 제조업 PMI를 구성하는 5대 지수 가운데 종업원 지수(48.1, 전월 대비 0.1 포인트 상승)를 제외한 모든 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다. 생산 지수(50.8, 전월 대비 2.1 포인트 하락)와 납품 지수(50.1, 전월 대비 0.3 포인트 하락)는 기준치 50을 넘겼으나 신규 주문 지수(49.6, 전월 대비 1.5 포인트 하락), 원자재 재고 지수(47.8, 전월 대비 0.3 포인트 하락)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두 달간 상승세를 보인 후 역전세로 돌아선 것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대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투자은행(IB)인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레이몬드 영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제조업이 주도하는 회복세는 여전히 취약하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무역보호주의의 증가가 큰 역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중심의 산업은 여전히 부동산 침체로 국내 소비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흑연 등 다양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EU는 오는 7월 4일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발표할 방침이며, 태양광 패널 등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중국의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활동을 측정하는 중국 5월 비제조업 PMI는 51.1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1.5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지난해 12월(50.4)부터 이어져온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