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결국 오빠 손 들어준 장녀…아워홈 구지은 체제, 3년 만에 막 내려

■ '남매의 난' 일단락

구본성 장남 재모씨 사내이사로

구미현 대표 선임 땐 매각 탄력

1200억 위약벌 발생 가능성도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 오른 지 3년 만에 남매 간 경영권 분쟁 끝에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과 첫째 언니 구미현 씨의 연대에 밀려 이사회를 떠나게 됐다. 7년간 이어져온 분쟁 끝에 경영권을 갖게 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가 아워홈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3년 전에 체결한 의결권 통합 협약에 따라 세 자매(미현·명진·지은 씨) 간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졌다.

아워홈은 31일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 씨의 사내이사 선임안, 이사 보수 승인의 건 2건을 가결했다. 자기주식 취득 승인의 건, 감사 보수 승인의 건은 부결됐다. 구재모 씨가 새로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자본금 10억 원 이상인 기업의 사내이사 수인 ‘최소 3명’ 기준이 충족되며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현 사내이사의 연임은 무산됐다. 이로써 구지은 부회장은 6월 3일까지인 임기를 마치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오전 11시 본사에서 열린 주총은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앞서 4월 17일 열린 정기 주총 1시간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다. 두 번째 안건이던 이사 선임안을 두고 주주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하며 다소 시간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시 주총은 사실상 구본성 전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4월 정기 주총에서는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됐다. 함께 제시됐던 이사진 선임안 역시 모두 승인을 받지 못했다. 대신 구지은 부회장과 뜻을 함께 하던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으로 돌아서며 본인과 본인의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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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구재모 씨가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아워홈의 이사진은 모두 구본성 전 부회장 측으로 꾸려졌다. 전날 구미현 씨가 대표이사직을 맡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만큼 구미현 씨는 다음 주 개최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의 과반수 동의를 얻으면 선임된다.

이렇게 될 경우 아워홈은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부터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아워홈 지분 매각을 추진하며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잠재적 인수자 찾기에 나선 바 있다.

다만 구미현 씨가 대표이사직을 맡을 경우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현·명진·지은 씨는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을 밀어낼 당시 의결권 통합 협약을 체결했다. 이사 선임, 배당 제안 등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아울러 지분 매각을 전제로 하고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하는 공동 매각 합의에 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의결권 가처분 신청 기한이 지나며 구미현 씨는 의결권 통합 협약 효력의 종결을 주장했지만 올 초 법원에서는 ‘해당 협약서가 아직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구지은 부회장 측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 협약을 깰 경우 최대 1200억 원에 달하는 위약벌이 발생할 수 있다.

구지은 부회장은 자기주식 취득 승인의 건을 주장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섰지만 구미현 씨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구본성 부회장은 현금화를 원하는 구미현 씨의 지분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겠다는 목표 아래 자사주 매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한 구미현 씨가 대표이사직을 주장하는 것도 결국 매각 의사 결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구미현 씨가 법적 분쟁으로 위약벌을 내게 될 경우 보유 중인 지분의 가압류가 걸릴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PEF가 회사를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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