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몸집 불리는 美 석유공룡…M&A 1년새 3배 증가 275조원

유전 탐사보다 사업권 사들여

에너지업계 독과점 형태 재편


미국 석유 공룡들이 잇따라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최근 1년간 성사된 거래 규모만 2000억 달러(약 275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 확보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대형 업체들이 새 유전을 탐사하기보다는 이미 유전을 확보하고 있는 중소 업체 인수를 택하면서 미국 에너지 업계가 독과점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 시간)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를 인용해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미국 석유 업계에서 발표된 인수합병(M&A) 규모가 194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직전 1년 동안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투자은행 페트리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석유·가스 상장사 수는 최근 5년새 65곳에서 41곳으로 줄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들의 자산 규모도 최소 62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정된 유전을 차지하기 위해 석유 대기업들은 경쟁사를 인수해 사업권을 흡수하는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코노코필립스는 지난주 미국 내 다수 유전을 보유한 마라톤오일을 225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최대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은 지난해 10월 파이오니어를 620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셰브런 역시 헤스를 5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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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의 소규모 업체들로 구성됐던 미국 석유 업계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독과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6개 업체가 셰일오일 유전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이아나·텍사스 등의 주요 유전을 놓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리스타드는 “엑손모빌·셰브런·코노코필립스 등 3곳이 남은 미국 셰일오일 자원의 25%를 차지할 것”이라며 “유전 확보 경쟁은 (주요 유전 밖으로) 범위를 넓혀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규제 당국이 독과점 행태에 본격적인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엑손모빌과 파이오니어의 ‘메가 M&A’를 스콧 셰필드 전 파이오니어 최고경영자(CEO)의 이사회 불참 조건 하에 승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석유 업계의 합병이 생산 비용을 낮춰 에너지 가격 하락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수위를 높이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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