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규 창업이 엔데믹 전환 이후 답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 창업 법인 수는 코로나19 저금리로 유동성이 풀렸던 2020년~2022년 매 1분기 3만 건을 넘겼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2만 건대를 기록하면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가 이어저 자금 융통 부담이 커지고 기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등 경기 한파가 몰아치면서 신규 창업 또한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 ‘창업기업동향’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신규 창업 법인 수는 2만 4031개로 지난해 1분기 기록한 2만 6089개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신규 창업 법인 수는 1분기를 기준 2020년 3만 3972개, 2021년 3만 1070개, 2022년 3만 1841개로 코로나19 유동성이 풀렸던 당시에는 매해 3만 건을 넘기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2만 건대로 주저앉으며 뚜렷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기술 기반 업종’ 창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약 4년 만에 1만 건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술 기반 업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 연합(EU) 기준에 따라 중기부가 분류한 것으로 부동산업이나 요식·숙박업 등 일반 업종을 제외하고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 기술 기반 업종 창업만을 나타내는 통계다. 기술 기반 업종 창업은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창업을 기준으로 올 1분기 9931건을 기록해 지난해 4분기(9649건)에 이어 두 개 분기 연속 1만 건을 밑돌았다. 이전에는 16개 분기 연속으로 1만 건 이상의 기술 기반 업종 창업이 있었다.
고금리로 기존 창업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폐업하는 등 한파가 몰아치면서 신규 창업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술 기반 창업으로 분류되는 스타트업의 경우 클래스101 등 유명 스타트업이 직원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위기를 겪는 일이 지난해 초부터 반복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자 스타트업 시장보다 안정성이 높은 대체 상품 시장으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그 결과 신규 창업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자 예비 창업자들도 법인 설립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벤처캐피털(VC) 투자심사역은 “기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플랫폼이나 콘텐츠 산업에서는 신규 창업자를 만나기 어렵다”며 “기존 기업들의 경영난이 해소돼야 새로운 법인 설립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