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게임의 룰’이 당원 투표 100%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 반영으로 변경되면서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경선의 최대 변수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당내 우군 확보에 나서면서 출마 채비에 고삐를 당겼다. 출마가 거론되는 후보들도 바뀐 당 대표 선출 규칙을 놓고 유불리에 대한 셈법 계산에 돌입하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지도부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로 결정했다고 김민전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김기현 지도부’를 출범시킨 현행 ‘당원 100%’ 규정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인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됐던 2021년 전당대회의 ‘당심 70%, 민심 30%’ 방식과 비교해서는 당원들의 권한 보장에 무게가 실렸다.
김 수석대변인은 “‘8대2’가 비대위원들의 다수안이었다”며 “지난 전당대회에서 비율을 크게 움직일 경우 제도의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당심의 중요성, 당원 배가 운동의 필요성 등이 거론돼 열린정당·민주정당으로 가기 위해 민심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룰이 확정되면서 당권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당권 경쟁의 ‘키맨’인 한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예정된 다음 주 중 차기 당 대표 출사표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당심과 민심 모두 ‘어당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을 가리키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 전 위원장 역시 룰 세팅이 이뤄지기 전에 일찌감치 당내 인사들과의 릴레이 회동을 통해 ‘정치 세력화’를 꾀해왔다. 주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과 영입 인사로 연을 맺은 초·재선 의원들이다. 친한계의 한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사실상 출마로 마음을 굳혔고 함께할 만한 사람들과 일대일로 만남을 가지고 있다”며 “일종의 캠프가 꾸려져가는 단계로, 조만간 어떤 형태든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한 전 위원장이 ‘친한 그룹’ 형성에 공을 들이는 데는 비대위 시절 친윤계(친윤석열계)의 견제를 받은 학습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을 거머쥐더라도 원외 당 대표의 한계로 ‘당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할 원내 인사들을 최대한 ‘내 편’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총선 사무총장을 맡았던 장동혁 의원이 ‘친한계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김형동·박정하·김예지·한지아 의원 등 ‘한동훈 비대위’ 주요 멤버들과 영입 인재 출신의 정성국·고동진·김상욱 의원 등 10명 안팎의 초·재선 의원들과의 연대를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안철수·윤상현·권성동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다른 당권 주자들도 출마 여부를 두고 고민에 들어갔다. 특히 최대 경쟁자인 한 전 위원장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분위기다.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정치의 전장이 국회 중심이다 보니 원외 당 대표의 경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총선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한 분이 그 자리에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고, 직전 당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은 “실패한 리더십”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심 반영 비율을 두고는 주자별 평가 엇갈린다. 권 의원은 “한 번밖에 안 된 룰을 바꾼다는 것은 총선 패배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밖에 안 된다”고 꼬집은 반면 안 의원은 “당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직격했다. 당내에서는 민심 반영이 20%에 그치면서 유 전 의원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당내 ‘30대 기수’로 거론되는 김재섭 의원은 “당의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고민하고 있고, 그것이 전당대회 주자로 나가는 방법일 수 있다”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