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상징하는 '붉은 역삼각형' 낙서가 확산하고 있다. 당국은 정치적 동기가 있는 범죄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13일(현지시간)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베를린자유대와 훔볼트대 캠퍼스 여러 곳에서 붉은 역삼각형 그래피티가 발견됐다. 일부 낙서에는 삼각형과 함께 '치글러(베를린자유대 총장)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적혔다.
훔볼트대에서도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과 율리아 폰블루멘탈 훔볼트대 총장을 언급하며 위협하는 낙서가 발견됐다. 베를린자유대는 낙서한 사람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현지 언론은 베를린시와 대학들이 캠퍼스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 텐트를 철거하는 등 강경 대응한 데 대한 보복으로 해석했다. 이런 낙서는 대학뿐 아니라 베를린 시내 곳곳에서도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를 지목한 낙서도 있었다. 전날은 독일 서부 본의 한 대학을 점거한 시위대가 천으로 만든 붉은 색 대형 삼각형을 건물 벽면에 내걸기도 했다.
붉은 역삼각형은 하마스가 선전영상에서 공격 목표물을 표시할 때 쓰는 상징으로 통한다. 하마스는 이같은 상징을 1인칭 슈팅게임에서 차용했다고 타게스슈피겔은 전했다.
독일에서는 가자지구 전쟁 훨씬 이전부터 붉은 역삼각형이 폭력의 상징으로 간주됐다. 나치가 강제수용소에 수감한 정치범을 표시하는 데 썼기 때문이다. 1947년 출범한 나치박해피해자협회(VVN)는 붉은 역삼각형을 상징물로 사용했다. 반면 친팔레스타인 운동가들은 수박 그림처럼 팔레스타인 깃발 색깔에서 따온 연대의 상징일뿐 하마스의 테러와 무관하다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