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동십자각] 금융투자상품 고도화되는데…갈길 먼 투자자교육





“은행 직원의 권유로 ‘E’로 시작하는 상품에 가입했다 손실이 났는데 제 돈도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얼마 전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간 후 독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그의 목소리에서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사연은 이랬다. 평소 주로 거래하던 은행의 직원이 권유해 특정 투자 상품에 가입했는데 원금 손실이 나던 차에 당국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 배상안을 보게 됐다며 본인이 가입한 상품도 해당되느냐는 질문이었다. 정년퇴직 이후 연금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ELS와 ETF 중 자신이 가입한 상품명이 무엇인지,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가 가진 유일한 정보는 E로 시작하는 상품이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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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거래하는 대다수 고령자들의 현주소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 투자 상품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도화하고 있는데 증권사뿐만 아니라 은행에서도 신탁 형태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실제 국내 5대 은행이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판매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ELS 판매 금액은 약 22조 원에 달한다. 커버드콜 ETF 역시 올 들어 순자산이 3배 증가했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두 상품은 각각 ‘크게 하락하지만 않으면 연 7~8% 보장’ ‘연 10% 배당받는 제2의 월급 통장’ 등으로 포장돼 개인들에게 전달된다.

금융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여러 핀플루언서(파이낸셜 인플루언서)들은 장점만을 강조하기도 바쁘다. 그들의 말속에는 ‘낙폭 확대 시 원금 전액 손실 가능’ ‘배당으로 인한 상승 제한 가능성’과 같은 위험 요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연초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하자 자율 배상안을 마련한 금융 당국의 해결책은 사태의 빠른 수습이라는 평가를 받았을지언정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읍소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부정적 선례를 남겼다.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금융 당국은 은행 점포에 예적금을 취급하는 일반 창구와는 별도로 금융 투자 상품 취급 전용 창구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기적으로 적절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투자자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전문가에게 맡기기보다는 개인의 직접투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투자 교육은 더 절실하다. ‘E로 시작하는 그 상품’이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자신의 투자 성향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선행될 때 제2의 ELS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송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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