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이 폭락하고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축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내년부터 총 2조 5000억 원 규모의 사료 구매 자금 상환이 돌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거치 기간 1년 연장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16일 축산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과 지난해 각각 1조 5000억 원과 1조 원 규모로 지원한 사료 구매 자금의 만기가 내년부터 도래한다. 2022년 지원한 자금은 3년 거치 후 2년 분할 상환 조건이고 지난해 집행분은 2년 거치 후 만기 일시 상환이다.
농민들이 부담하는 금리는 2022년분이 연 1%, 지난해가 1.8%다. 농업협동조합이 대출을 해주는데 시장 대출금리와의 차이는 정부가 농협에 보전해준다.
문제는 한우 공급과잉으로 도매가격이 폭락하면서 농가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산하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4일 기준 1등급 한우 등심 도매가격은 1㎏당 4만 9369원으로 1년 전보다 7.3% 떨어졌다. 2~3년 전과 비교하면 24~27%가량 하락했다. 한우 산지 가격 지표인 6~7개월령 수송아지의 두당 평균 가격 역시 2022년 5월 420만 8000원에서 지난해 5월 343만 6000원, 올해 5월 342만 2000원으로 낮아졌다.
이렇다 보니 농가는 소를 키울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 한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 6000원으로, 1년 전(-68만 9000원)보다 손실 폭이 커졌다. 순손익은 총수입에서 사육비를 빼고 각 농가가 실제로 손에 쥐게 되는 돈으로, 소를 키워 팔아봤자 한 마리당 140만 원이 넘는 손해가 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급을 줄이기 위해 한우 정액 가격 인상 등도 시도했으나 농가들의 반대로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국내 한우 농가의 약 37%인 3만 농가가 가입한 전국한우협회는 다음 달 3일 대규모 ‘한우 반납’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우 반납 집회는 한우 값 폭락 및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면서 각 농가들이 서울 상경 시위를 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일부 농가를 대상으로 거치 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거치 기간을 늘리면 이자비용 등이 추가로 든다”며 “추가 소요액 등을 추산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