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의 수익률 확보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보증을 추진한다. CR리츠의 자금 조달 금리를 낮춰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HUG를 구원 투수로 내세우는 셈이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여건을 변경해 CR리츠가 사들이는 지방 미분양 주택에 모기지 보증을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HUG는 △주 채무자가 건설사업자·임대사업자일 경우 △건설 중인 주택 등에 한해 모기지 보증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국토부는 한시적으로 보증 문턱을 낮춰 CR리츠에 담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가입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모기지 보증은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한 주택을 사업자가 임대로 활용하면 HUG가 보증을 발급하는 일종의 담보 대출이다. 채무자(리츠)가 모기지 대출을 갚지 않을 경우 보증기관인 HUG가 이 대출을 대신 상환하는 구조인 만큼 시장에서 자금 조달 금리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CR리츠를 기획하고 있는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보증 없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조달 금리로 연 12~13%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HUG의 모기지 보증을 통해 조달금리 수준을 기존 대비 연간 5%포인트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범 국토부 부동산투자제도과장은 “CR리츠가 모기지 보증을 받으면 선순위에서 대부분 자금 확보가 가능해 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리츠의 사업성을 결정하는 만큼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증을 발급하는 HUG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문제다. 전세사기 여파로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지방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이미 주택 사업자들의 모기지 보증 가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HUG의 모기지 보증 발급 액수는 8561억 원으로 2014년(1조 5089억 원)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1만 2968가구로 전월 대비 6.3% 늘었다.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 쌓일수록 건설사들은 공사비 회수가 늦어져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는 지난 1월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 방안으로 10년 만에 CR리츠 제도를 부활시키고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진행한 CR리츠 사전수요조사에는 15개사가량의 건설사가 전국에 걸쳐 약 5500가구를 신청했다. 일부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나 신탁사들은 CR리츠에 판매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한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미분양 아파트가 CR리츠에 매각될 경우 미분양 주택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해서다.
CR리츠는 건설 경기 혹한기였던 2009년, 2014년에 이어 올해 10년 만에 부활한 제도다. 미분양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시공사·신탁사가 금융기관 등 재무적 투자자(FI) 손을 잡고 CR리츠를 구성해 자산을 리츠에 넘기는 구조다. 미분양 아파트는 리츠 운용 기간 임대로 운영되며, 투자금과 임대보증금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 시점에 자산을 매각해 리츠를 청산하고 수익을 배분한다. 정부 입장에선 민간 자본을 활용해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고, 기업은 팔리지 않아 떠안고 있는 아파트를 유동화해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과거처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매입확약을 통한 리츠 신용보강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현재 미분양 주택 규모가 민간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9년 CR리츠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미분양 주택이 4만 6000가구였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1만 3000가구 수준은 시장에서 해소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한 지역에만 쏠리지 않도록 물량을 고루 배분하는 등 리츠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