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한은사(寺) 벗어나 더 시끄러워져야 [동십자각]

강동효 경제부 차장





한국은행 직원들의 MBTI는 ISTJ가 압도적으로 많다. MBTI가 유행할 당시 한 외부 강사가 한은 직원을 대상으로 성격 유형 검사를 했는데 절대다수가 ISTJ로 나와 당황했다는 일화도 있다. 한 조직에 같은 유형의 성격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도 드물거니와 강사가 다른 유형의 성격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어 예정된 시간을 채우느라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ISTJ 유형의 사람들은 진중하며 실용적이고 논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한은이 해온 업무와 일맥상통한다. 경제성장률 제고와 인플레이션 사이 최적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본업에 ISTJ는 꼭 들어맞기 때문이다. 한은의 별칭이 절간과 같다는 뜻에서 ‘한은사(寺)’로 불려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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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처럼 고요하던 곳이 최근 사회 각 영역을 뒤집으며 논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올 3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대표적이다. 한은은 맞벌이 부부 등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 등에서 인력을 도입하되 최저임금보다 저렴하게 급여를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인 가사도우미와 같은 급여를 줄 경우 외국인을 굳이 고용할 유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한은이 왜 이런 제안을 하느냐”며 당황해 했고 “해당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농림축산식품부를 향해 제도 개선을 제안하고 나섰다. 한은은 외국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의 의식주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5% 높다”고 밝혔다. 또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특히 높은데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복잡한 유통 경로를 줄이고 해외 수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맥락이었다. 그러자 농식품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학자 출신의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한은의 데이터도 정밀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과거 한은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계속 펼쳐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가 직원들에게 이를 독려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 총재는 최근 창립 기념사에서 “‘한은사’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자”고 주문했다.

한은의 이 같은 변신에 대해 불편한 사람이나 기관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 좋은 답을 찾아야 할 때 필요한 것이 건전한 논쟁이다. 과거 소크라테스는 이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시대에 미래 성장의 해법을 찾기 위해 더 시끄러워질 한은을 기대해본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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