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사의 표명' 추경호, 백령도서 칩거…만류에도 "결정 안바꾼다"

원 구성 협상 책임지고 사의 표명 후 백령도行

"엄혹한 시기, 누가 與원내대표 해도 힘들어"

국민의힘 추경호(왼쪽) 원내대표와 정희용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추경호(왼쪽) 원내대표와 정희용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원 구성 협상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후 잠행에 들어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인천 백령도를 방문한다. 당내에서 “사퇴 의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만류가 나오고 있지만 추 원내대표의 입장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추 원내대표 측은 “칩거에 들어간 추경호 원내대표가 어제 강화도 전등사에 머물렀고 오늘 백령도에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도 동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추 원내대표는 6·25 전쟁 74주년인 이날 서해 안보 태세를 점검하고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등을 찾은 후 당분간 백령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24일)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반환받지 못한 채 여당 몫의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수용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내가 원 구성 협상의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하자 일부 의원들이 “무슨 소리냐. 원내대표의 책임이 아니다”고 만류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추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나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입장 발표를 한 후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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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자 24일 당 3선 의원들은 긴급 비공개 회동을 열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회동이 끝난 후 김석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3선 의원들은 한결같이 사퇴 의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이야기 됐다"며 "왜냐면 민주당이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횡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당에서 아무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도 조금도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것"이라며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누가 원내대표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추 원내대표는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 엄혹한 시기에 누가 원내대표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며 "추 원내대표가 그대로 대표직을 수행해줬으면 좋겠다고 추 원내대표께 이야기하겠다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 원내대표의 사퇴 의사는 여전히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야당 단독으로 법사위와 운영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을 당시 측근들에 “책임은 내게 있다"며 사퇴 의사를 처음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주 가량 대야 협상과 투쟁에 온 힘을 쏟았지만 거대 야당의 강경 기조에 가로 막히자 사퇴 결심을 결국 굳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당내에서 만류가 잇따르면서 재신임 가능성은 조심스레 제기된다. 2020년 주호영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도 원 구성 협상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후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했다. 당시 협상 상대였던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사찰을 직접 찾아오는 등 당 안팎에서 복귀 요청이 나오자 열흘 만에 국회로 돌아와 의총을 통해 재신임을 받은 바 있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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