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깃줄 점령한 까마귀…'조류 정전' 4년새 3배 늘었다

작년 조류접촉 정전사례만 62건

둥지發 사고는 1.8배 늘어 48건

피해 계속 느는데 포획 되레 줄어

"야산에 터전 등 공존안 모색해야"

까마귀. 연합뉴스까마귀. 연합뉴스






번식기인 5~6월을 맞아 공격성이 높아진 까마귀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보고되는 가운데 조류로 인한 정전 건수도 4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조류 접촉으로 인한 정전 사례는 2019년 22건에서 지난해 62건으로 2.8배 늘었다. 조류 둥지로 인한 정전도 같은 기간 26건에서 48건으로 1.8배 늘어났다. 13일 오전에도 부산 연제구 연산동 일대에서 까마귀가 고압선에 접근하면서 물만골 일대 492가구에 정전이 발생하는 사고가 벌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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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전이 전문 수렵 기관에 위탁해 실시하고 있는 조류 포획 실적은 감소하는 추세다. 한전이 공개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조류(까치) 포획 실적’에 따르면 2019년 약 28만 4600마리가 포획됐지만 2021년 21만 1400마리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19만 4300마리로 감소했다. 4년 사이 31.7% 가까이가 줄어든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조류 포획 감소 이유에 대해 “수렵협회에 1년 치 위탁을 맡기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조류 포획 실적에 대한) 특별한 목표치는 없다”고 밝혔다.

2000년부터 포획이 법제화된 까치와 달리 최근 개체수가 늘어난 큰부리까마귀는 지난해 12월에야 환경부가 고시한 유해 야생동물에 편입되면서 뒤늦게 관리 대상이 됐다. 한전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올해부터 까마귀도 포획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몸길이가 통상 56㎝에 달하는 큰부리까마귀의 경우 번식기에 예민해져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정전 외에도 직접적인 대인 피해도 불거지는 실정이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 모(29) 씨는 “최근 건물 높이 날던 까마귀가 위협적으로 울더니 이마 부위를 공격했다”며 “심각한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큰 새가 집요하게 공격하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 까마귀 관련 출동 건수는 2020년 19건에서 지난해 46건으로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8월 최대 92.3GW의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등 무더위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승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는 “까마귀는 보통 바로 공격하지 않고 경계의 소리를 내기 때문에 소리가 나면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면서 “(정전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심에서 까마귀 둥지를 철거하고 대신 야산 등에 둥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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