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들이 늘어나며 대출 규모가 1년 사이 5조 원이나 급증했다. 기업은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해외에 수출 시 ESG 성과 지표를 확보하고 은행은 중소기업으로 기업 금융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등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달 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ESG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ESG 경영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탄소 중립과 녹색 성장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NH농협은행은 에너지 절감과 사회 공헌 등의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성과를 달성한 경우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해진 대출 한도는 없으며 많은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의 합류로 4개의 시중은행이 중기 대상 ESG 대출을 도입하게 됐다. KB국민은행은 2021년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관련 상품인 ‘KB 그린웨이브 ESG 우수기업 대출’을 출시했다. NH농협은행과 마찬가지로 ESG 경영 성과를 낸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를 감면하고 한도를 확대하는 구조이며 출시 당시 금리 감면 폭은 0.4%포인트였지만 지난해에는 1.0%포인트로 늘렸다.
기업은행이 2022년 선보인 ‘ESG경영 성공지원 대출’의 경우 중소기업이 받은 ESG 경영 확인서 등급에 따라 최대 1.0%의 금리를 감면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은행 측은 “중소기업 한 곳당 대출 한도는 최대 10억 원이며 운전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대출 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최대 1.2%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중견·중소기업 대상 ESG 대출 상품을 지난해부터 운용하고 있다. ESG 경영 성과의 평가 시스템을 갖춘 대한상공회의소와 협력해 대출 심사의 공신력을 높이고 있는 것도 은행들의 공통점이다.
대출 규모 역시 크게 늘었다. KB국민·하나·기업은행 등 3개 은행의 중소기업 ESG 대출 규모(누적 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6월 말 4조 원대에서 올해 6월 현재 9조 원대로 5조 원가량 증가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의 ESG 대출을 통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ESG 성과를 확보하는 것 또한 이점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환경·인권 성과를 평가하도록 하는 공급망실사법이 유럽연합(EU) 전체로 확산하는 등 친환경 규제 문턱이 높아지는 만큼 중소기업은 ESG 성과를 인증하는 것이 필수”라며 “금융기관의 대출 이력도 ESG 성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이자수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중소기업 ESG 대출이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여신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기업 여신을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기업대출 상품을 다양화하고 컨설팅 지원을 늘리는 등의 작업으로 기업 여신 이력을 쌓는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