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경기 화성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2년간 화재안전조사(구 소방특별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인 가운데 막상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곳들 중에서도 실제 점검을 받은 비율은 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점검율이 4분의 1토막이 난 후 몇 년째 반등하지 못하면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소방청의 ‘화재예방 및 안전관리 통계자료’ 6개년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조사대상인 165만 5914개소 중 5.6%인 9만 3362개소에만 화재안전조사가 실시됐다.
화재안전조사는 소방당국이 소방시설 등의 적법 설치 및 관리, 화재발생 위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현장조사 활동을 말한다. 점검 결과 ‘불량’ 판정이 내려질 경우 소방당국은 행정명령, 입건, 과태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난 2018, 2019년에는 각각 14.2%, 22.1%의 실행률을 기록했지만 2020년 4.2%로 급감했고 이어 2021년, 2022년에도 각각 3.9%, 5.6%로 한 자리수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전라북도의 경우 20.4%로 평균의 4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으나 부산(2.4%), 창원(2.4%)를 비롯해 이번 화재 발생지인 화성시가 위치한 경기남부(3.4%)는 평균 반토막 수준의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앞서 조사 시행률이 너무 낮다는 지적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소방청 측은 코로나19 여파가 크다고 설명하며 2023년에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도 지난해 시행률은 2022년도와 소숫점 자리까지 똑같은 수치를 기록하며 제자리걸음하는 데 그쳤다.
한자릿수 낮은 시행률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는 인력난이 꼽힌다. 코로나19 창궐 당시 대면 검사가 대거 유예되면서 조사요원 인원수를 상당수 줄인 여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국 소방관서 및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화재안전조사 요원은 지난해 1만989명으로 2020년(7057명)보다는 늘었지만 2019년(1만4740명)과 비교해선 여전히 25% 적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한정된 인적 자원을 투입해 조사를 진행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모든 곳을 점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시행률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아리셀에 대해 부실 점검 논란이 지속되자 25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전국 전지 관련 213개 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화재 안전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매번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제대로 된 대책이 수립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