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28일 오전 10시부터 90분간 TV 및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미국 대선 후보자들의 첫 TV토론을 앞두고 어떤 격론이 벌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년 만에 성사된 두 후보의 양자 토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발 행동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쟁자에 대한 경멸을 고려할 때 어떤 장면이 펼쳐질 지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FT가 꼽은 다섯 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①두 사람은 앞으로 4년을 잘 보낼 만큼 충분히 건강한가
CNN이 주최하는 첫 TV토론은 두 번의 광고 시간을 제외하고 90분간 논스톱으로 이뤄진다. 수백 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들은 두 후보자의 체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FT는 81세의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세간의 의문에 시달려 왔으며 78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렇게 젊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토론은 스튜디오에서 청중 없이 이뤄지며 두 후보를 제외하고는 CNN 진행자 두 사람만 함께 한다. 후보자들에는 답변에 2분, 반박에 1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며 발언하지 않을 경우에는 마이크가 꺼진다. 이는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두 후보가 맞붙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대의 발언을 끊임없이 방해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참을성 없이 상대를 향해 호통을 쳤고 토론은 난장판이 됐다. 이런 과거를 볼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의 음소거에도 불구하고 규칙을 어기는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②바이든 대통령이 상대의 유죄 판결을 입에 올릴까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의외로 공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로 지칭하는 등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 했다는 혐의나 조지아 주에서 진행 중인 다른 형사 재판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공격할 여지가 남았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진 ‘사법 리스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은 불법 총기 소지와 관련된 세 가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기밀 문서 취급과 관련해 법무부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사건은 기각됐지만 당시 특검이 남긴 “기억력 나쁜 노인”이라는 발언은 두고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중이다.
③바이든은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까
FT는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선거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점과 2021년 1월 6일 공화당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을 공격한 것을 문제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직도 2020년 선거에서 합법적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의사당 테러에 감행했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사면하겠다고 한 점도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논쟁으로 이끌어올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FT는 “두 후보는 모두 2024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토론의 핵심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④미국 경제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누가 될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권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는 영역은 다름 아닌 경제다. 여론조사를 통해 약점으로 계속 지적된 경제 부분을 포인트로 삼아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FT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에 대해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더 신뢰한다고 꾸준히 답했다. 5명 중 1명 만이 민주당이 경제적으로 더 낫다고 답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큰 화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시기인 2022년 소비자 물가는 수십 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물가는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반복해서 언급되는 중이다. 인플레이션은 이후 차츰 하락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창출된 일자리나 기록적인 주가 상승을 언급할 수 있다. 또 억만장자 증세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정책들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⑤이민·낙태·외교 이슈의 승기는 어디로
이민 정책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 정권을 공격하는 포인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미국-멕시코 국경을 통해 유입된 이민자들이 급증한 문제로 끊임없이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해왔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이민과 관련된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여성의 낙태권과 관련해 여성 유권자의 지지율이 낮다는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대법원 파기를 이끌어 수십 년 간 유지돼 온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무너뜨렸다는 공세를 민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가자지구 분쟁 등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는 서로 한 수씩 주고 받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 등에 대한 대처에 대해 바이든 정부를 비판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나토 동맹에서 탈퇴시키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