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해외여행 선호도가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값비싼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현지 매체의 분석이다.
26일 일본 주간지 ‘현대비즈니스’는 ‘대부분의 일본인은 해외여행 못 가게 돼버렸다… 일본이 외면하는 슬픈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인들이 장기화하는 엔화 약세 현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으로 해외여행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관광청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1분기 여행·관광 소비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국내 여행 소비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4조7574억엔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3.0% 늘었다. 총 여행자 수는 5038만명으로 조사됐다.
여행에 쓴 돈 자체는 늘었지만,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여론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대형 여행사 JTB가 진행한 ‘2024년 황금연휴(4월 25일~5월 5일) 여행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3.6%가 올해 황금연휴 중 귀성을 포함해 ‘1박 이상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행을 가지 않는 이유로는 ‘여행비용이 비싸다’ ‘가계에 여유가 없다’ 등 경제적 이유를 드는 사람의 비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많아졌다.
매체는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에도 인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래블 저널리스트 하시가 히데노리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여행을 포기한 사람이 국내 숙박 여행으로, 국내 숙박 여행을 포기한 사람이 당일 여행으로 이동하는 등 비용을 중시한 여행 계획으로 하향 조정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시가는 해외여행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엔화 약세 현상’을 꼽았다. 코로나19 직전까지만 해도 1달러당 엔화 환율은 100엔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크게 변동하며 이날 기준 1달러를 사기 위해서는 160엔을 내야 한다. 해외여행에 1000달러를 지출하려면 과거에는 10만엔이 필요했지만, 이날 기준으로는 16만엔이 필요하게 된 셈이다.
이런 탓에 해외여행을 계획하다가 국내 여행으로 노선을 트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히로시마현 남부 미하라시의 미하라히가시 고등학교는 수학여행으로 대만에 갈 예정이었지만, 1인당 비용이 10만엔에서 15만엔으로 치솟자 결국 도쿄로 여행지를 바꿨다. 이 지역 30개 고등학교 가운데 22개교가 수학여행지로 국내를 택했다고 한다.
하시가는 “엔화 약세가 계속됨으로써 인바운드 수요의 호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일본인 해외여행자 수는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한 고액의 여행비용이 걸림돌이 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일본인들이 주로 선호하는 해외 관광지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체에 따르면 대만은 일본과 비교해 물가가 저렴한 편이 아니게 됐고, 한국 물가는 오히려 일본보다 비싼 상황이다. 중국·인도 등 선택지도 있지만 이들 국가는 비자 발급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관광 여건이 좋지 않아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