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57조 中시장 놓칠 수 없다"…NC·펄어비스도 공략 가세

[부활 노리는 K게임]

中 게임 이용자수 6.6억명 달해

엔씨소프트 등 텐센트와 배급계약

철저한 현지화로 제2 전성기 준비

위메이드도 신작 연내 출시 계획

정부 저작권 협력 등 뒷받침 필요





수년째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국내 게임사들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던파 모바일)의 흥행과 함께 중국 내 ‘K게임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차원에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시장은 한국 게임사에 기회의 땅이었다.



각 기업들은 국내에서 게임성을 검증받은 지식재산권(IP) 기반 신작들을 중국에서 현지화와 함께 속속 출격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재진입로를 더욱 넓히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中 시장 새 활로 찾는 게임 업계=최근에는 주춤했지만 중국에서의 흥행은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기 위한 주요 관문 중 하나였다. ‘K게임’ 열풍을 중국에서 처음 주도한 뒤 글로벌 게임사로 뛰어 오른 위메이드(112040)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2001년 서비스를 시작한 미르의 전설2는 2002년 국산 게임 최초로 중국 동시 접속자 50만 명을 달성했다. 출시 23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 IP 규모는 수조 원대로 추정된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중심의 흥행으로 대표 게임사로 자리잡았다. 중국에서 2008년 출시된 크로스파이어는 2015년 1인칭 슈팅게임(FPS) 장르 동시 접속자 세계 1위에 올랐던 게임이다. 웹젠(069080)도 ‘뮤’ IP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어 국내 대표 게임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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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한령이 시작된 후 중국 정부가 판호를 사실상 발급하지 않아 신규 게임이 중국 시장에 상륙할 길이 막혔다. 그 사이 중국 게임의 경쟁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원신’이나 ‘붕괴: 스타레일’ 등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사례도 나왔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중국 게임사 조이넷게임즈의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버섯커 키우기’,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의 전략 게임 ‘라스트 워: 서바이벌’ 등이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말부터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판호를 발급하기 시작했지만 중국 진출이 흥행 보장으로 직결된다는 공식은 깨졌다.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작품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신석기시대’ 정도다. 중국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도 도전 의지를 꺾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시장에 꾸준히 도전하는 것은 흥행에만 성공하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국 게임 시장은 지난해 기준 3029억 6400만 위안(약 57조 3450억 원)에 달한다. 게임 이용자 수도 6억 6800만 명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대형작들의 판호 발급이 수월해지면 국내 개발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 확대에 의미 있는 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던파 이을 신작 줄줄이 대기=게임사들은 던파 모바일의 흥행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중국 현지에 적합하도록 게임을 개선하고 있다. 연내 ‘블레이드앤소울2’를 중국에 선보이는 엔씨소프트(036570)는 텐센트와 배급 계약을 맺고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2013년 중국 출시 이후 동시 접속자 14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했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차이나조이 등 현지 게임 행사 등을 적극 활용해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은사막’을 선보이는 펄어비스(263750)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흥행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칼을 갈고 있다. 검은사막은 2015년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된 이래 전 세계에서 12개 언어로 5000만 명 이상이 즐긴 흥행작이다. 하지만 2022년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은 흥행에 실패했다. 한한령 영향으로 서비스 4년 만에 출시됐다는 노후화 문제가 지적됐다. 펄어비스는 실패 경험을 발판 삼아 중국 텐센트와 배급 계약을 체결하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최근 텐센트의 신작 게임 행사 ‘스파크 2024’에서 검은사막을 소개하며 현지 마케팅도 시작했다. 김경만 펄어비스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용자들이 글로벌 버전의 풍부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빠르게 콘텐츠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 쌓았고 분석한 만큼 좋은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위메이드도 미르 IP 기반의 ‘미르M’과 ‘미르4’의 연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미르M의 판호를 발급받은 뒤 더나인과 배급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중국 재공략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뒤를 받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월 22대 총선 정책 제안서에서 중국 정부와 외상 투자 산업 지도 목록상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등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양국은 올 5월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판호 발급 확대 및 저작권 협력 등을 위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등 관계 부처와 국장급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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