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거품은 입에 닿는 느낌을 좋게 합니다. 향기와 감칠맛을 돋보이게 만들고, 탄산가스를 잡아주는 뚜껑 역할도 하죠.”
산토리에서 맥주 개발을 책임지는 카와사키 신고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의 선술집 ‘야사이마끼 쿠이신보’를 찾아 “진심으로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 거품 하나에까지 정성을 들인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에선 ‘술을 잘못 따른 것처럼’ 인식되는 거품이지만, 실제로는 맥주의 ‘이력서’ 역할을 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같은 철학에는 양산형 캔맥주를 단순한 공산품 이상으로 바라보는 일본 특유의 장인 문화가 반영돼 있다. 거품에조차 집념이 담길 정도인 산토리의 간판 제품 ‘프리미엄 몰츠’는 분류상 쓴 맛과 풍미가 강한 필스너 맥주에 속한다. 카와사키 COO는 “잔을 내려놓은 뒤 한번 더 마시고 싶은 맛, 다음 기회에 또 만나고 싶은 맥주를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그를 포함한 산토리 양조가들은 고된 해외 출장도 부지기수다. 단백질 함유량이 높고 감칠맛이 나지만 워낙 희소해서 체코와 그 주변국에서만 나는 일명 ‘다이아몬드 맥아’를 엄선하기 위해서다. 향이 많은 ‘파인아로마 홉’ 역시 독일 함부르크에서 공수해 온다. 카와사키 COO는 “맥주의 원료는 ‘자연의 혜택’이라, 지방과 시기에 따라 미묘하게 품질의 차이가 있다”면서 “수확할 시점에 양조가들이 직접 원산지를 방문해 원료를 골라 낸다”고 전했다.
경쟁사인 기린이나 아사히와는 달리 산토리는 맥주 전량을 일본 내에서 생산한다. 여기에 맥주를 생산하는 네 군데 공장의 입지 역시 천연수가 나오는 곳만 택했다. 카와사키 COO는 “물은 여러 지층을 건너 깊이 침투할수록 깨끗해지고, 미네랄도 함유된다”며 “전 제품 양조에 천연수만을 활용하는 일본 기업은 산토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려 32년 동안 맥주라는 한 우물만 판 전문가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2년부터 산토리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맥주 개발 부문의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주도 아래 산토리 양조가들은 프리미엄 몰츠를 개발하고 두 차례 리뉴얼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산토리는 간판 제품인 프리미엄 몰츠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깊고 진한 맛이 나는 ‘오리지널’과 상큼한 과일향이 특징인 ‘카오루’ 생맥주를 앞세운다. 특히 카오루는 평소 국내엔 수입되지 않는 한정판이다. 11일부터 내달 9일까지 선술집인 야사이마끼·와리야키 쿠이신보에 내놓는다. 전속 수입사인 오비맥주는 카오루의 국내 정식 출시를 두고 소비자 반응을 엿보고 있다. 지난해 1200잔이 10일 만에 동나자 올해는 5배 많은 6000잔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