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비급여 보험금 6년 뒤엔 한 해 9조…"이대로면 실손 사라질수도"

◆5대 손보 작년 지급액 2.7조…4년새 2배 '껑충'

당국·보험사 과잉치료 규제 불구

전립선결찰술 등 신규 항목 급증

보험금 지급 규모는 되레 불어나

광고 제재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을





최근 4년간 5대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주요 비급여 치료 항목의 보험금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백내장 수술 등 무분별한 비급여 치료에 대해 금융 당국과 보험사들이 제동을 걸고 있지만 새로운 비급여 치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오히려 비급여 보험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6년 뒤에는 5개 보험사가 연간 지급하는 비급여 보험금만 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9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000810)·DB손해보험(005830)·현대해상(001450)·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 5곳이 지난해 지급한 10대 비급여 항목 보험금(백내장 제외)은 총 2조 7160억 원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9년(1조 4099억 원)과 비교하면 1조 3061억 원이나 늘어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5개 손보사가 지난해 지급한 전체 보험금 중 10대 비급여 치료 보험금 비중은 30.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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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액이 가장 많았던 비급여 항목은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로 대표되는 물리치료로 지난해 지급 보험금은 1조 6155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5대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17.9%를 차지할 정도로 척추 치료 등에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링거 또는 링겔’이라고 불리는 비급여 주사제는 4693억 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최근 비급여 주사제 용도의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이 비급여 주사제 치료와 관련해 혈액검사 결과를 요구하거나 치료에 적합한 주사 성분인지 확인하는 등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물리치료와 주사제에 이어 △발달 지연 치료(1619억 원)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937억 원) △하이푸시술(높은 강도의 초음파 이용 자궁근종을 태워서 줄이는 시술·936억 원) △맘모톰(진공을 활용한 유방 조직 검사·926억 원) △하지정맥류 수술(784억 원) △비밸브 재건술(비염 등을 치료하기 위한 비밸브 부위 교정치료·475억 원 △전립선결찰술(실로 전립선을 묶는 전립선비대증 치료법·229억 원) △여성형유방증(136억 원)이 뒤를 이었다.

4년 동안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항목은 단연 발달 지연 치료였다. 발달 지연 치료로 지급된 보험금은 2019년 316억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5배 넘게(412.3%) 폭증했다. 이어 전립선결찰술이 397.8%, 여성형유방증 치료가 312.1%, 비급여 주사제가 155.4%,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가 107.8% 늘었다. 물리치료는 지급 규모는 가장 컸지만 증가율은 72%로 다른 비급여 증가세에 비해 낮은 편에 속했다. 보험사들이 무분별한 도수 치료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금 증가세가 가장 적었던 비급여 항목은 하지정맥류 수술로 4년간 28.3% 증가에 그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한때 실손보험 손해율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백내장 수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감소했지만 이제는 다른 비급여 치료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며 “전통적 비급여 과잉 의료 항목과 더불어 새로 발굴된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 의료가 겹치면서 오히려 보험금 지급액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 업계는 무분별한 비급여 치료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병행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비급여 치료 보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5대 손보사의 최근 4년간 10대 비급여 항목별 보험금 연평균 증가율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2029년에는 비급여 보험금이 총 8조 9000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지급한 보험금(2조 7160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전체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보험금 비중도 현재 30%에서 6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의 절반 이상이 비급여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비급여 과잉 치료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적자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국내 보험사들이 더 이상 실손보험 상품을 취급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손보험 출시 초기 30개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판매했지만 현재는 17개사만이 취급하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급여 관련한 표준 명칭이나 코드는 의무 규정이 아니다 보니 많은 의료기관들이 임의로 자체 명칭이나 코드를 사용해 비급여 진료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을 활용한 ‘한의원 호캉스 상품’까지 나올 정도인 만큼 의료기관의 광고 등에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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