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9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처음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 등 관련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 인수전에 참여했을 당시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2월 16~17일과 27~28일 합계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를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관건은 당시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어디까지 관여했느냐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SM엔터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되도록 주식 매입을 지시했거나 최소한 이를 보고받은 뒤 승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함께 송치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이미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으며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 역시 올해 4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최근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황태선 카카오그룹 CA협의체 총괄대표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김 위원장 소환을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 외에 바람픽쳐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자산 횡령·배임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