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브레이크 밟았는데 먹통이었다"…페달 블랙박스 속 그가 밟은 것은


경찰이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급발진 여부를 수사 중인 가운데, 작년 발생한 급발진 주장 사고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급발진 주장 사고 관련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월 유럽연합유엔경제위원회(UNECE) 주관 분과 회의에 참석해 페달 오용 사고 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UNECE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페달 오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 기준을 마련 중이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12시 52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65세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전기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았고, A씨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감속 페달(브레이크)을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했었고,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 등 6개 영상을 수거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반전이었다. 운전자는 담벼락 충돌 전까지 119m를 7.9초 동안 달리면서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 A씨는 “브레이크 페달을 몇 번이고 밟았는데 먹통이었다”고 했지만 블랙박스 영상 속 A씨는 가속 페달을 6차례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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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4일 유튜브 ‘김한용의 모카’와의 인터뷰에서 “그때 당시에는 급발진이라고 생각했다”며 “차가 진짜 이상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이상했다는 말이냐’는 물음에 A씨는 “근데 내가 브레이크를 못 밟더라?”라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자동차 전문 기자인 김한용 모카 대표는 이에 대해 “A씨는 본인이 가속페달 밟은 걸 인정한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까지 엉뚱한 행동을 했다는 게 끝까지 믿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내가 운전을 이렇게 오래 했는데 어떻게 저런 사고를 일으켰을까’라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흔히 생각할 때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차가 튀어 나가면 ‘어? 아니었군’ 하고 옮겨 밟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며 “일단 가속페달을 밟고 차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가 당황하게 되면 노련한 택시 운전사도 절대 이 페달에서 발을 쉽게 뗄 수 없다”고 했다.

의도치 않은 가속 현상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밟고 있는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는 연습도 필요하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서울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60대 운전자 차모 씨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역주행해 인도로 돌진,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차 씨는 사고원인으로 일관되게 '차량 급발진'을 주장 중이다. 불과 이틀 뒤인 같은 달 3일 오후 5시 15분에도 서울 중구에서 택시 한 대가 돌연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돌진, 1명이 중상을 입고 2명이 경상을 입었다. 해당 택시 운전자 역시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9일 오전 8시 23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한 도로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했으며 같은 날 오전 9시 13분 부산 사상구에서도 70대 운전자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놀이터 방향으로 돌진했다. 해당 사고의 운전자들 모두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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