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잠시 보는 일은 접어두고…'듣는 재미'에 빠지다

■되살아나는 음악감상실 문화

MZ세대 핫플 파주 콩치노콘크리트

거대한 스피커의 웅장한 소리 압도

국내 최초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

웨스턴 일렉트릭 컬렉션 한 자리에

차별화된 경험 원하는 청음족 몰려

지난 달 경기 파주 탄현면의 음악감상실 콩치노콘크리트에서 시민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파주=정혜진 기자지난 달 경기 파주 탄현면의 음악감상실 콩치노콘크리트에서 시민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파주=정혜진 기자




한 동안 잊혀졌던 음악감상실 문화가 돌아왔다. 뉴트로(신복고)’ 열풍으로 LP 음반을 판매하는 곳이 늘어난 데다 애호가들의 고급 취미로만 여겨졌던 하이엔드 오디오를 갖춘 음악감상실이 대중화되면서다. 차별화된 공간 경험에 대한 수요가 청음족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셈이다.



지난 달 찾은 경기 파주 탄현면의 음악감상실 콩치노콘크리트. 파주출판도시에서도 10km 이상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는 데다 임진강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음악감상을 위해 먼 발길을 한 이들이 90명 가량 모였다. 명당으로 꼽히는 1·2층 창가석은 빼곡하게 찼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좌우에 ‘ㅁ(미음)’자 형태의 거대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1920년대 독일의 전설적인 오디오 회사였던 클랑필름의 유로노 주니어에 시네마 스피커를 매칭한 오디오다. 청음족 사이에서 이곳은 웨스턴 일렉트릭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데다가 공연장과 달리 DJ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게 매력으로 꼽힌다.

중앙 좌석에 앉은 이들은 대부분 눈을 감고 곡 설명에 나선 오정수 콩치노콘크리트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창가에 앉은 이들도 책을 읽거나 창밖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세종시에서 왔다는 김모씨는 “업무하고 나서도 유튜브 보면서 하루 종일 무언가를 보다 보니 너무 피로하다”며 “'보는 자극'을 좀 꺼두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별도의 음료는 제공되지 않고 입장료만 2만원을 받지만 좋은 음악과 공간을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가성비가 있다는 것.

지난 달 찾은 경기 파주 탄현면의 음악감상실 콩치노콘크리트에서 시민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파주=정혜진기자지난 달 찾은 경기 파주 탄현면의 음악감상실 콩치노콘크리트에서 시민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파주=정혜진기자



음악감상실의 부흥은 LP가 다시 인기를 끈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해 LP 판매량은 처음으로 CD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로 ‘뉴트로’ 열풍의 수혜를 입었다. 젊은 세대들이 LP를 접하면서 이를 질 좋은 오디오와 차별화된 공간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요구가 커진 것이다. 콩치노 측에 따르면 2021년 5월 개관한 콩치노 고객의 상당수는 20대, 30대로 이뤄져 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콜래버레이션도 진행되고 있다. 취미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 프립에서는 광고인 박웅현 TBWA 코리아 대표를 초대해 그의 큐레이션을 듣는 청음회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오는 13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도 공연장을 옮겨 콩치노에서 관객을 만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측은 “어떻게 하면 MZ세대들을 관객층으로 끌어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아예 공연장을 벗어나 MZ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며 “이미 예매 고객의 60%가 20대, 30대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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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오디움/사진 제공=오디움


서울에도 이 같은 음악감상실은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음악감상실을 표방하는 ‘백지화’는 12석의 소규모 공간에서 특정 시간대 모인 사람들이 각자의 신청곡을 함께 듣는다. 최근 청음족들 사이에서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이 화제다.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코가 설계했고 박물관 안에는 정몽진 KCC회장과 오디오 전문가 고(故) 최봉식씨가 40년간 수집한 웨스턴 일렉트릭 컬렉션이 자리하고 있다. 음악감상홀도 두 곳 있어 수준 높은 오디오를 즐길 수 있다.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곳은 지난 달 5일 개관하자마자 6월 예약이 모두 마감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 사이에서 LP를 차별화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경험을 원했고 공간 경험이 청각 자극의 한계를 넘게 했다”며 “특히 하이엔드 오디오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곳들도 늘어나면서 음악감상실 문화가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음악 살롱 형태의 공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에서는 지난 4월 50석 규모의 사운드홀인 ‘사운즈S'를 개관했다. 단순히 음악 감상뿐만 아니라 노부스콰르텟, 이해수 비올리스트 등 연주자를 초청해 소규모 관객들을 위한 공연을 꾸리는 게 특징이다. 클럽발코니의 이지영 편집장은 “이제는 어떤 음악을 들을까를 넘어 ‘어떤 오디오로 어떤 음악을 들을까’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대형 공연장의 일률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소규모로 오프라인에서 친밀하고 맞춤화된 음악 감상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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