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도전에 나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음 달 출범할 민주당 새 지도부의 핵심 가치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판보다는 경제성장과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비전으로 채우며 정쟁이 한창인 여당 대표 후보들과 차별화하려 했다. 이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이 사실상 차기 대권을 향한 장정에 첫발을 떼는 것이어서 대여 투쟁 대신 차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역사상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첫 당 대표직 연임에 도전하는 이유로 민생·경제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먹고사는 일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민생경제가 파탄 났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저 이재명이 이 자리에 선 이유”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저출생과 높은 자살률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대안 제시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 2035년까지 주4일제 정착,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등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기후위기 대응책으로는 △에너지 고속도로 △송전요금 비례요금제 △햇빛·바람 연금 도입 등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선언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연임이 유력한 만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국가 경영 청사진을 제시하며 집권 능력을 강조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선거의 슬로건을 ‘국민 옆에 이재명, 다시 뛰는 대한민국’으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중도층으로의 지지 기반 확장까지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부자 감세’로 규정해온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와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향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다. 금투세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당선 후 시행 유예를 밝히면 여당의 기조와도 맞아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사회 정책 추진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그는 “소득에 기초한 소비가 없으면 초과학기술에 기반한 생산력이 아무리 높아도 경제의 정상 순환과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소득·주거·교육·금융·에너지·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또 “당원이 당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당의 의사와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겠다”며 지역당 합법화와 후원 제도 도입, 개방된 플랫폼 구축 등을 약속했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큰 검사 탄핵에 대해서도 “검찰이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니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한편 이 전 대표의 ‘독주’를 비판하며 대항마로 나선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11일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을 예고해 ‘적자 마케팅’을 이어갔다. 청년 원외 인사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 세대를 대표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